미디어 아트의 매력? 매 초마다 다른 작품

설치미술작가 이불을 포함해 박현기·육태진·김승영·김기철·조덕현·김영진·김홍석 등 미디어를 다뤄온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 〈조용한 행성의 바깥〉이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미디어 소장품을 보여주는 전시로 미디어 아트를 선구적으로 개척해온 작가부터 최근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까지 묶었다.

이불의 작품 〈영원한 삶〉은 최고급 스포츠카를 연상하게 하는 미끈한 차체에 고급 가죽 소파를 장착한 노래방 기기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혼자 들어가야 하는 공간은 좁은데 노래 가사는 떨어져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 혼자 흐른다.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팝송 가사와 반주가 천천히 흐르지만 적막함과 쓸쓸함은 이를 데 없다. 유토피아에 관심이 많은 이불은 유토피아가 품고 있는 아름다움과 추함의 양극단을 함께 다뤄왔는데 〈영원한 삶〉도 작가의 이런 생각을 담고 있다.

육태진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도시의 대중문화와 그 속의 개인을 주제로 비디오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 전시된 〈튜브 모니터〉는 영상 속에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작가일 수도 있고 소외된 현대 도시인일 수도 있다. 인물의 단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영상을 통해 현대인의 건조한 삶을 말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수연 학예사는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미디어 아트는 빛과 소리, 시간이라는 세 가지 측면이 이전의 예술과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며 "작품들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스스로 빛을 내거나 소리를 내고 시작과 끝이라는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빛과 소리를 잘 살릴 수 있는 블랙박스라는 특별한 공간을 구성해 관람 효과를 높였고, 작가의 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코너도 마련했다.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