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패자 同行

〈제1보〉(1~18)=한국이 주최하는 제15회 LG배 8강전엔 단 3명의 한국기사만 올라갔고, 그들마저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준준결승에서 줄줄이 탈락해버렸다. 앞서 소개한 이창호 및 최철한의 패국에 이어 안조영과 멍타이링(孟泰齡) 간의 나머지 한 판을 게재할 차례다. 격전지를 패장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둘러본다는 건 상당한 고통이지만 피할 수도 없는 일. 바둑은 대표적인 개인종목임에도 다른 어떤 승부보다 강한 '국가대결'의 색채를 내뿜어왔다.

7까지는 지극히 평범했지만 8에서 이색 모붙임이 등장했다. 노타임으로 붙여간 걸 보면 미리 연구가 있었던 모양이다. '가' 정도로 여유 있게 협공해 오는 것이 안조영류(流)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빗나간 것. 그 경우 흑 '나'의 역 협공이 싫었을지 모른다.

14의 전(田)자 행마도 오래간만에 보는 수. 백이 10으로 낮게 지키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어울린다. 멍타이링도 전혀 예상 못한 일착이었던 듯, 여기서 39분의 기록적인 대장고를 거쳤다. 가장 많이 쓰이는 수는 참고도 1의 붙임. 그러나 백이 13까지 가볍게 처리한 뒤 14의 침입이 두렵다. 침착하게 15로 지키자 백은 16을 선수(先手) 후 18로 붙여간다. 여기서 또 흑의 응수가 까다로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