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심사관 접고 가나에 학교 짓습니다"

"아프리카 가나에는 2만 개가 넘는 새 학교가 필요합니다. 이제 겨우 18개를 지었으니 아직도 한참 멀었죠."

차승만(38)씨는 비영리단체 월드비전에서 일한다. 가나에서 월드비전과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공동으로 펼치는 기초교육환경 개선사업을 현장에서 관리·감독하고 있다. 가나 동부에 있는 판테아크와(Fanteakwa)와 콰후노스(Kwahunorth) 두 주(州)에서 새 학교를 짓고 정규 교사를 육성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차씨는 인하대 3학년 때인 1995년 기술고시에 합격, 특허청 심사국에서 특허심사관으로 일했다. 하지만 해군을 제대한 뒤 공무원 생활을 접고 새터민 청소년 지원단체인 다리공동체를 만들었다. "저는 원래부터 꿈이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것이었어요. 기술고시는 남들이 '마땅히 할 일이 없으니까 그런 데서 일하는 것 아니냐'고들 말할까 봐 봤던 겁니다."

2009년 봄, 36세에 가나에 왔다. 그는 "꼭 아프리카에서 봉사하고 싶었는데 나이가 더 들면 영영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12시간 동안 차와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는 섬까지 찾아다니며 18개 학교와 기숙사 4개를 지었다. 그는 "말라리아에도 걸리고 물자 조달도 어려웠다"며 "하지만 더 힘든 것은 '아프리카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 의식을 바꿔주는 일이었다"고 했다.

"제 고향이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입니다. 제가 '나도 어렸을 때 전기가 안 들어와 호롱불을 켜고 공부하고 빗물을 받아 마셨다'고 하면 교사와 학생 모두 놀라요. 한국도 가나와 별 다름없는 때가 있었지만 교육을 통해 발전했다고 말하면 눈빛들이 바뀝니다."

그가 세운 학교에는 학생이 넘친다. 출석률이 40%가량 좋아진 지역도 있다. 그가 지원하는 교사 지망생 607명 가운데서 전국 수석도 나왔다.

차씨의 꿈은 보건분야 구호 전문가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에서 보건학 석사를 마친 뒤 보건인구학 박사 과정은 휴학 중이다. 런던대 역학(疫學) 석사 과정도 밟고 있다. "동정심이나 개인적 노력봉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좀 더 체계적인 지식을 쌓아서 현장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싶어 공부하는 거죠."

마흔을 앞둔 미혼의 차씨에게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머리가 좀 아픕니다. 이왕 늦었으니 서둘건 없겠죠. '마땅한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리만은 듣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