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민연금, 30조 벌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30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국내 주식과 채권에서만 모두 25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고,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를 통해선 각각 2조653억원과 8191억원을 거둬들였다.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8200억원 수준의 이익을 확보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5일 "지난해 투자를 통해 거둬들인 내부 잠정 기금운용 수익률이 10.2%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기록한 10.2%의 수익률은 지난 2009년 기록한 10.39%의 수익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2009년에는 국내 주가가 50% 정도 상승했었기 때문에 올릴 수 있었던 수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에는 국민연금이 꽤 선전한 셈이다.

◆ 국내외 펀드 실적 앞서

지난해 국민연금은 한 해 동안 323조원가량을 국내외 주식과 채권, 사모펀드(PEF), 벤처펀드 등에 투자해 29조5767억원을 벌어들였다. 국민연금은 연 2년간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꾸준히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온 것이 상승장에서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나뉜 국민연금의 투자 부문 중에선 국내 주식 분야의 성과가 가장 좋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전체 투자금액의 17% 수준인 총 55조590억원이다. 국민연금은 이를 통해 10조2149억원을 벌어들여, 25.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0.4%였는데, 일반 펀드에 넣어두었던 것보다도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둔 셈이다.

국내 채권도 마찬가지다. 총 자산의 66.9%를 국내채권에 투자한 국민연금은 지난해 7.62%의 수익을 거뒀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6.83%다.

해외분야 성적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집행한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 투자 금액은 각각 19조8611억원과 13조2755억원이다. 해외 주식 투자의 경우 12.78%의 수익률을 기록,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8.76%)을 훨씬 앞질렀다. 다만 해외 채권 투자는 6.45%의 수익을 내는 데 머물러 같은 기간 국내 해외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1.82%)을 밑돌았는데, 이는 작년 해외채권형 펀드들이 주로 고위험·고수익 채권에 투자한 반면 국민연금은 안전 위주의 투자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도 수익

작년 국민연금은 해외에서 적극적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독일의 소니 센터를 8500억원에 사들이고 호주 시드니의 오로라플레이스를 75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일단 이들 건물은 자산으로 계산되고 있고, 인수하자마자 임대료 수익이 나왔기 때문에 해외 부동산 투자 분야에서도 13%의 수익을 거뒀다. 부동산과 PEF와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분야엔 총 18조4273억원이 투자돼 820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반면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제외하면 크게 투자 방침이 변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연금의 투자를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의 수장에 이찬우 전(前) 신협중앙회 신용·공제부문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기금운용본부장이 바뀐 만큼 증권가와 PEF 업계 등 투자 시장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방식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 없다.

◆ 지속적인 수익 가능할까?

국민연금이 2년 동안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관심은 이런 고수익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주식시장이 좋을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지만 주식비중을 점점 높이고 있는 만큼 전 세계 주가 폭락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2008년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2008년 발표한 자료로는 국민연금은 오는 2060년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꾸준히 높은 수익을 거둬야만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연금 고갈시기를 늦추기 위해 점점 주식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이 때문에 국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연금'이 점점 불안정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채권투자에만 의존하면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대신 국민연금은 실물(實物)이 존재하고 임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최근엔 국내 대기업들과 함께 해외 자원개발 등에 투자하는 PEF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아직 아물지 않은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등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건물이 가치와 임대 수익이 손상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의 경우 투자금 중 상당량을 현물환 매입 등의 환 헤지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