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영 파워] "돈 벌어도 계속 새 사업 도전할 것"

지난 12월 28일 오후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주 매콰리(Macquarie) 쇼핑센터 4층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가게 '노기(Noggi)'에 30여명의 호주인이 몰려들었다. 10평 남짓한 가게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자, 오늘의 1등을 발표하겠습니다. 네이턴(Nathan)씨! 이쪽으로 오세요." 한인 청년 사장 존 서(John Suh·31)씨가 유창한 영어로 말하자 네이턴(23)씨가 웃으며 나와 상품인 아이패드를 받았다. 서씨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매장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인터넷·모바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올려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손님에게 상품을 주는 홍보 행사"라고 말했다.

한달 전 문을 연 이 가게의 하루 평균 손님은 150~200명 안팎이다. 처음엔 하루 한두 명밖에 없을 정도로 장사가 안됐지만 페이스북으로 마케팅을 하고 한달 만에 한번 이상 방문한 손님이 1900명으로 늘었다. 연매출로 치면 3억원이 될 정도로 성공 궤도에 들어섰다는 평을 받는다. 이날도 호주의 크리스마스 연휴(12월 24일~1월 중순)를 맞아 가게 앞에 젊은이들이 5.7호주달러(약 6600원·중간 크기 기준) 정도인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사러 줄을 섰다.

"사업을 시작한 건 친구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호주에 들여오면 1000호주달러(약 116만원)를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계기가 됐어요." 2007년 미국에 가서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서씨 대학 친구가 '호주에는 왜 이런 것이 없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씨에게 농담삼아 제안했던 것이다. 뉴사우스웨일스대 경영학·법학 통합 과정을 밟고 있던 서씨는 학교를 그만뒀다. 5세 때 부모와 호주로 이민 가서 시드니대 의대를 1년 다니다 적성이 아니어서 전공을 바꿨었다. 대학 시절부터 세차장이나 당구장 같은 소규모 사업을 했던 서씨는 "사업하는 데 공부가 더는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 학교를 때려치웠다"고 했다.

서씨는 바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중고 아이스크림 기계를 사서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만들기에 몰두했다. 석달을 기계와 씨름하니 친구들이 "너, 이젠 장사해도 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날 가게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서씨의 사무실 겸 창고에서는 서씨의 동업자이자 후배인 한국인 데이빗 임(29)씨가 새 메뉴 구상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은 요구르트 원료인 각종 요구르트 파우더와 요구르트를 담는 종이컵, 메뉴판 디자인 도면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매콰리대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임씨는 "회계법인에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내 손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사람들이 알아준다는 것이 더 매력적이어서 사업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초기 창업비용을 줄이기 위해 쇼핑센터에 사업계획서를 내서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받았고, 로고 디자인도 지인에게 맡겨 싼값에 해결했다. 2500만원쯤인 아이스크림 기계도 중고로 절반 가격에 샀다. 창업에 6000만원쯤 들었다. 요구르트 파우더는 이탈리아에서 가져오고, 요구르트 담는 종이컵은 중국에서 공급받는다. 서씨는 올 2월 초 시드니 시내 스트래스필드(Strathfield)에 2호점을 낼 예정이고, 3호점 오픈도 계획하고 있다.

서씨는 "호주에는 한국의 '레드 망고' 같은 대규모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체인이 없고, 대부분 1~2개 매장을 가진 소형 업체뿐"이라면서 "노기를 레드망고 같은 프랜차이즈로 키워 파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 돈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개발해 창업하겠다는 것이다. 서씨는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으면 안정적으로 돈은 벌겠지만, 도전을 하지 않는 게 더 리스키(risky·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 29일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시장 조사를 하러 다음날 중국 상하이로 출국했다. 오는 길에 한국에 들러 대형마트 담당자를 만나 신개발 메뉴인 곡물 바 '무키(mookie)' 납품을 타진할 예정이라면서 말했다. "호주인들은 휴가 기간이지만 우리는 놀 틈이 없어요. 일이 너무 재미있거든요." 서씨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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