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게릴라 戰法

〈제3보〉(27~42)=프로기사들에 대한 팬들의 오해 중 대표적인 것이 기풍(棋風)에 관한 것이다. 이창호는 무조건 집만 짓고, 최철한은 시종 펀치만 휘두르며, 이세돌은 오로지 대마사냥에만 골몰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팬들이 꽤 많다. 계산에 능한 아웃복서과(科)로 분류되는 안조영이 △로 적진에 단기 돌입한 장면. 동료들은 "안조영에겐 남 집 짓는 것 못 보는 파이터 기질이 있다"며 웃는다.

이런 수법은 한때 '폭파 전문가'로 불렸던 조치훈의 전매특허였다. 멍타이링도 13분 만에 '이에는 이'란 표정으로 27이란 최강수를 놓는다. 참고1도 1의 씌움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30으로 틀을 갖추자 오히려 흑이 고민에 빠진다. 참고2도 1은 11까지 선수로 산 모습. 흑으로선 참고3도 1이 유력했다.

미리 들여다본 31이 나빴다. 32와 교환 후 참고4도 1이면 이제는 2, 4로 탈출하기 때문. 할 수 없이 33으로 젖혔지만 34 이하 42까지 움직이니 흑의 포위망이 걸레처럼 너덜거린다. 안조영의 게릴라 전법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