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호적 2개 여권 2개 아내 2명 60대, 21년간 中·日 오가며 이중생활

허위 호적을 근거로 여권을 만들어 외국인과 결혼하는 등 이중생활을 해온 60대 남자의 범죄행각이 21년 만에 들통나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연합뉴스 12월 20일


붙잡힌 오모(65)씨는 여권과 주민등록증이 두 개였고, 아내도 두 명 그의 삶도 두 개였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중호적(戶籍)에 있었다.

오씨는 1970년대부터 한국 연예계 종사자를 일본으로 데려가는 '인력 송출업'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업소였다. 그는 1988년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일본에서 강제퇴거 당했다.

이 일로 그는 5년간 일본에 입국할 수 없게 됐다. 오씨는 가짜 호적을 만들기로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서커스 단원에게 부탁해 1989년 4월 호적을 한개 더 만들었다. 인천공항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당시 서커스 단원 중에 고아가 많아서 호적을 만들어줬는데, 오씨도 고아 서커스 단원이라고 속이고 호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가짜 호적을 만든 뒤 모든 것이 순탄했다. 그러던 오씨의 이중생활은 1998년 처음 발각됐다. 국가에서 호적정리를 하던 도중 오씨가 두 개의 호적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1년 3개월간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출소를 한 뒤에도 오씨는 두 개의 호적을 계속해서 사용했다.

원래 가짜 호적이 발각되면 본적이 있는 구청에서 부정취득자에게 '가짜 호적을 말소하라'고 통보한다. 부정취득자가 법원에서 말소허가를 받은 뒤 구청에 이 사실을 알리면 가짜 호적은 없어진다. 만약 스스로 말소 하지 않으면 구청에서 직권으로 말소하게 되어 있다. 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당시 해당 기관에서 행정착오가 있었는지 오씨의 가짜 호적이 없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중호적으로 교도소까지 다녀온 오씨의 행동은 과감해졌다. 무역업을 하고 여행사도 운영하면서 2005년엔 중국 여성과 두 번째 결혼을 했다. 가짜 호적엔 '미혼'으로 되어 합법적 결혼이었다. 오씨는 중국과 일본 등을 오가며 사업을 넓혔다.

작년 7월 인천공항출입국사무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씨가 이중호적을 이용해 중혼(重婚)을 했고 여권도 두 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니 조사해 보라'는 내용이었다. 오씨를 소환해 조사해보니 제보 내용이 사실이었다. 오씨에 대한 영장이 청구됐다.

구속을 직감한 오씨는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인 11월 14일 김해공항을 통해 베이징으로 도망갔다. 이번엔 자기 원래 여권을 이용했다. 출입국사무소는 오씨가 사업 기반이 있는 일본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 나리타 공항에 '구속될 사람이니 입국하면 바로 알려달라'고 연락을 취했다.

오씨는 잠적한 지 약 보름이 지난 11월 29일 나리타 공항에 모습을 나타냈다. 오씨는 베이징―캄보디아―베이징을 거쳐 일본에 온 것이었다. 오씨가 나리타 공항에 있다고 연락이 왔지만 강제로 데려올 수는 없었다.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르면 '최소 1년 이상의 형'을 받은 중범죄자만 강제송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오씨는 능통한 일본어로 "한국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 중국이나 캄보디아로 보내 달라"며 버텼다.

출입국사무소 조사관 3명이 나리타로 파견돼 공항 수용소에 있던 오씨를 만나 5시간을 설득한 끝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사무소 관계자는 "오씨는 사기 전과만 22범일 정도로 사람을 속이는 말솜씨가 대단했다. 일본과 업무공조가 원활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오랜 시간이 걸릴 뻔했다"고 말했다. 오씨의 이중생활은 그의 가족들도 몰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