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열, 괜히 아시아 상금왕인가

노승열(20)이 이젠 '아시아 골프의 미래'가 됐다. 9일 태국 후아힌의 블랙마운틴 골프장에서 끝난 아시아와 유럽의 골프 대항전 '로열 트로피' 대회에서 노승열은 사흘간 2승 1무로, 아시아 골퍼 중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했다.

노승열(183㎝·76㎏)은 320야드에 이르는 호쾌한 드라이버 샷과 정교한 쇼트 게임 능력을 선보였다. 아시아와 유럽의 에이스가 맞붙은 노승열과 헨릭 스텐손(35·스웨덴)의 싱글 매치플레이는 최고의 명승부였다.

노승열은 지난해 아시안투어 최연소 상금왕에 올랐지만 경험 면에서 스텐손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스텐손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등 PGA투어에서 2승을 거뒀고 유럽 투어도 6승을 기록 중인 관록의 골퍼다.

하지만 노승열은 2번홀(파5)에서 먼저 버디를 잡았고 9번홀(파4)까지 2홀을 앞섰다. 스텐손이 10·11번홀을 연속으로 따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이후에도 노승열이 앞서가면 스텐손이 따라잡는 양상이었다.

노승열은 368야드짜리 파 4홀인 17번홀에서 그린 옆 러프까지 가는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뒷바람이 불긴 했지만 스텐손보다도 20야드는 더 날아갔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노승열은 다시 한 홀 앞섰으나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기록한 스텐손에게 홀을 내줘 결국 비겼다.

아시아는 포섬과 포볼 경기에서 6대2로 앞서 우승하는 듯했지만 유럽이 싱글 매치 플레이에서 6승 2무를 거두며 종합 점수 9대7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로열 트로피는 2006년 미국·유럽의 대항전인 라이더컵을 본떠 창설됐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8명씩이 출전해 포섬·포볼·싱글 매치플레이를 벌인다. 유럽은 베스트 멤버로 팀을 구성하지 않고도 2006·2007·2010년에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엔 대회가 없었고 아시아는 2009년 이겼다.

올해 오자키 나오미치가 단장을 맡은 아시아는 노승열과 김경태, 이시카와 료, 이케다 유타, 소노다 ?스케(이상 일본), 통차이 자이디(태국), 자브 밀카 싱(인도), 량원충(중국) 등으로 팀을 구성했다.

유럽은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들이 모두 빠지고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가 단장 겸 선수를 맡고 헨릭 스텐손(스웨덴), 토마스 비요른(덴마크), 마테오 마나세로(이탈리아) 등이 주축 선수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