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상장사들의 몸값이 장외(場外) 시장에서 치솟고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단행한 기업들의 주가가 주식 시장에서 크게 오르면서 상장만 하면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장외 주식 거래 전문 사이트인 프리스닥에 따르면 현재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반도체 관련 기업 LB세미콘은 매매 기준가가 6050원을 기록한 채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부터 한 주 동안의 주가 상승률은 25.39%로 집계됐다. 뜨거운 상승세에 힘입어 LB세미콤의 주가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제시했던 희망공모가 범위(4000~ 4500원)를 넘겼다.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온라인 쇼핑업체 다나와의 기준가도 전날보다 3.5% 오른 1만7750원을 기록했다. 한 주간의 주가 등락률은 14.52%다. 각각 오는 17일과 24일부터 공모주 청약을 시행하는 음향기기 제조업체 블루콤과 자동차 부품업체 티피씨의 주간 등락률도 14.83%와 20.91%로 분석됐다. 매수세가 적극적으로 유입되면서 두 회사의 주가는 희망 공모가보다 크게 올랐다. 나노신소재와 현대위아 등 다른 예비 상장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비 상장사의 주가 급등은 상장 초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강세를 이어가자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가 빠르게 공모가를 뛰어넘고 있다. 지난해 말 상장됐던 대구도시가스는 상장 이틀 만에 주가가 공모가에 비해 35%가량 올랐다. 지난 4일 상장한 두산엔진도 상장 후 잠시 하락세를 겪었지만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장외주식의 매매는 중고차 거래와 비슷하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간에 흥정이 이뤄지고 매매 가격이 맞으면 거래가 성립된다. 38커뮤니케이션·프리스닥 등 장외주식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주로 거래가 이뤄진다. 최근엔 동양종합금융증권 등 증권사들도 장외주식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지점을 통해 매수·매도 의뢰 주문을 내면 장외주식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과정에서 편법 거래가 일어나기 쉽다. 대표적인 사례가 예약 매매다. 예약매매란 예비 상장사의 공모주를 청약 전에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행위다. 자연스럽게 주식가치 이상으로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최근 상장하면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장외 시장에서 상장 예비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면서 "하지만 장외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100% 신뢰할 수 없고 예약매매 등으로 가격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 입장에선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