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거장, 동생은 신예… "모든 걸 함께 의논했죠"

"그동안 상업영화만 만들다 보니 흥행 부담을 느끼지 않는 영화가 그리웠어요. 더구나 동생과 함께 만들게 돼 기뻤습니다."(박찬욱 감독)

"(웃으며) 형과는 달리 그동안 저는 너무 흥행이 안 됐기 때문에…. 많이들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박찬경 감독)

10일 서울 용산CGV에서는 30분짜리 단편영화 '파란만장'의 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두 가지 의미에서 화제였다. 하나는 박찬욱·찬경 형제의 공동 연출로 한국에서는 희귀한 '형제 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자리였다는 점. 또 하나는 값비싼 필름 카메라가 아니라 일반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인 아이폰4로만 촬영된 작품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찬욱(48) 감독이야 수식어가 필요없는 유명인사지만 박찬경(46) 감독은 아직 영화계에서는 신예. 서울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미국 칼아츠(CalArts)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미디어아티스트, 설치미술가로 주로 활약해왔다. 역할 분담을 묻자 동생은 "원래 제가 비주얼 전문이라 그쪽을 맡으려 했는데 잘 나눠지지 않더라. 현장에서는 모든 걸 같이 의논했다"고 했다.

아이폰 영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이폰을 국내 독점 공급·판매하는 KT의 후원으로 이준익·정윤철 등 12명의 감독이 아이폰4로 단편영화를 찍었고, 지난해 10월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도 열렸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KT가 제작비를 댔다. 관객 입장에서는 특정 기업 마케팅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만하다. 박찬욱 감독은 "나는 상업영화 감독이며 제작자(모호필름 대표)로 지금까지 외부에서 돈을 받아서 영화를 만들어왔다. 자본과 촬영장비가 부각되고는 있지만 그보다 작품 자체가 중요하다. 새로운 영화자본과 예술가의 보기 좋은 만남으로 봐 달라"고 했다.

스마트폰 촬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편. 야간 신(scene)은 입자가 거친 대신 흑백으로 처리했다. 박 감독은 "기술적 한계와 미학적 판단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파란만장'은 낚시꾼(오광록)이 물고기 대신 소복 입은 무당(이정현)을 잡아올리며 겪은 환상과 그 무당이 물에 빠져 죽은 낚시꾼을 위해 굿을 한다는 현실을 엮었다. 상업영화라기보다는 박 감독의 표현처럼 흥행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예술 영화. 27일 CGV 10여개 관에서 소규모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