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한 수읽기에 끈기… 올 세계 제패도 가능"

한마디로 '대세는 박정환'이었다. 전문가 10명에게 '가장 기대되는 신예'를 물은 결과 만장일치로 박정환이 1위에 뽑혔다. 설문은 만 25세 이하(86년 이후 출생) 국내 프로들 중 세계 제패 경험이 있는 기사를 제외한 유망주 5명을 선정해달라는 내용. 뚜껑을 연 결과 12명의 유망주 이름이 어지럽게 교차했지만 1위 자리는 요지부동이었다. 오늘(1월 11일)로 만 18세 생일을 맞는 박정환은 천원과 원익배를 보유한 현역 2관왕이다.

작년 11월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공로로 특별 승단, 박영훈의 종전 기록을 1년 이상 앞당기며 사상 최연소 九단(17세11개월)이 됐다. 지난해 성적은 55승17패로 다승 7위, 승률 2위. 현재 이세돌에 이어 국내 랭킹 2위에 올라 있다.

박정환에 대한 선배 기사들의 평가는 거의 '용비어천가' 수준이다. "수 읽기가 정밀한데다 끈기까지 갖춰 갈수록 적수가 없게 될 것"(허장회), "이세돌에 맞설 거의 유일한 상대"(김성룡), "기재와 노력을 겸비해 당초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 중"(윤현석),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무서운 승부 기질을 확인했다"(김승준)는 식이다. 김영환 九단 등 설문 참여자들 중 대다수가 "올해 안에 세계 제패도 가능하다"고 했다.

배태일 박사는 박정환의 현 세계 랭킹을 5위 정도로 진단하면서 "만약 구리와 박정환이 5번기를 둔다면 구리에게, 10번기로 겨룬다면 박정환에게 베팅을 하겠다. 한 판이 끝날 때마다 대응법을 마련할 만큼 박정환은 감수성이 뛰어난 반면 구리는 향상 여지가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헌주 본부장은 '천재 계보 10년 주기설'을 거론하며 "이세돌보다 꼭 10년 아래인 박정환 시대가 임박했다"고 강조한다.

이쯤 되면 박정환을 제외한 나머지 유망주들의 순위가 더 궁금해진다. 편의상 1위(30점)와 2위(20점)점차를 10점으로 하고, 이후엔 5점차(3위 15점, 4위 10점, 5위 5점)를 두어 점수를 합산했다. 300점 만점을 올린 박정환 다음의 2위는 김지석(175점), 3위엔 허영호(100점)가 자리잡았다.

김지석(22) 七단은 2위 8표, 3위 1표 등 전문가 10명 중 9명으로부터 몰표를 받았다. 박정환을 빼면 가장 강력한 '차세대 거포'임을 모두가 인정한 것. 2009년 국내 무대(물가정보배) 정복에 이어 작년엔 삼성화재배서 세계 4강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1차 승부처였던 지난해 좀 더 치고 나갔어야 했다"(정용진 이사)란 지적도 나온다. 올해는 기사생활의 2차 승부처가 되는 셈.

허영호(25) 八단은 작년 말 삼성화재배 준우승, 춘란배 4강 등 국제 무대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 2위 1표, 3위 5표를 받았다. 작년 말 삼성화재배 준결서 박정환을 2대0으로 일축한 대목에서 보듯 현재의 즉전력(卽戰力)으로만 보자면 최고 수준이다. 다만 거명된 유망주들 중 나이가 가장 많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4위와 5위엔 강유택(20) 三단과 김승재(19) 四단이 뽑혔다. 이들을 2~3위로 선정한 김종렬 편집장은 "둘 모두 나이가 큰 자산이다. 특히 강유택의 경우 2008년 이미 7할대 승률을 올렸고 이후에도 계속 성장 중"이라며 기대를 표시했다. 입단 8개월짜리 나현(16) 초단이 3명의 추천으로 일약 6위(25점)에 오른 것도 특기할 만하다.

한창규 기자는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의 천재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국내 최연소 남자 기사인 나현을 꼽는 사람이 많다. 본인만 노력하면 대들보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밖에 이영구(24) 진시영(22)이 동률 7위, 윤준상(24)이 9위에 올랐고 한웅규(21) 한상훈(23) 이태현(21)이 뒤를 이었다. 이영구 八단에 대해 김승준 九단은 "작년 중국리그서 각팀 주장들만 상대해 14승(4패)을 따낸 국제 경쟁력을 주목해야 할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올 연말 이들 12명이 받아들 성적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