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2골 구자철, '지단형 선수'의 탄생

구자철(제주)이 11일(한국시간) 바레인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조광래호는 구자철의 골 행진 덕분에 C조 첫 경기를 2대1 승리로 장식하고 순항을 시작했다.

골은 부수적이었다.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섀도 스트라이커)로 출전해 유려한 플레이로 임팩트를 남겼다. 주위 동료들의 움직임을 먼저 읽은 뒤 볼을 적지적소에 찔러주는 패스가 인상적이었다. 슛 찬스가 나면 짧은 동작으로 정확도 높은 슛을 구사했다.

과거 어디선가 본 듯한 플레이. 지네딘 지단(프랑스)과 닮았다. 상대의 움직임을 역이용하고 동료의 움직임에 맞춰 볼을 전달하는 것도 비슷했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빈 공간을 찾아 뛰어 공격진과 호흡이 잘 맞았다. 조광래 감독이 원하는 템포를 끊지 않고 이어갈 줄 아는 플레이는 현 대표팀의 지향점과 잘 어울렸다.

지난 4일 알자지라전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날 재발견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그동안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아시안게임대표팀, 소속팀 제주에서 뛰던 포지션이 아니었다. 그동안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구자철에게 맞는 옷을 찾았다.

운도 좋았다. 구자철이 뛰는 자리는 애초 조 감독 구상대로라면 원래 박주영(모나코)의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이 부상으로 낙마해 해결책을 찾던 중 구자철이 조 감독의 눈에 들었다. 이날 2골도 첫 골은 전반 39분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슈팅한 게 상대 수비수 발에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향했다. 두번째 슈팅은 후반 9분 차두리의 중거리슛이 골키퍼 맞고 흐르자 가볍게 차넣었다.

도하(카타르)=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