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투뱅크 체제 굉장히 오래갈 것"

"외환은행은 대기업금융과 외환업무에 강한 반면, 하나은행은 가계와 중소기업 부문에 강한데다 중복 점포도 별로 없기 때문에 시너지(상승) 효과가 엄청납니다."

작년 11월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체결하며 국민·우리·신한은행과 함께 신(新)4강(强) 체제를 형성하게 된 하나은행의 김정태(59) 행장은 지난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강점을 접목해 리딩뱅크(선도은행)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모(母)회사인 하나금융지주는 자산이 200조원(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우리금융(332조원)과 KB금융(329조원), 신한금융(310조원)에 이어 4위였지만, 외환은행(116조원)을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 3위로 올라선다.

김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결합은 공적자금을 받지 않은 우량 은행 간의 첫 M&A(인수·합병)로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과거 신한은행의 조흥은행 인수나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는 부실은행 M&A였기 때문에 정상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경우 부실이 없기 때문에 통합작업이 한층 쉽다는 것이다. 그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1개 은행으로 합치지 않고 하나금융그룹 내에 별개로 두는 이른바 '투뱅크(two bank) 체제'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며 "영원히란 말은 조심스럽지만 굉장히 오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외환은행이 더 이상 외국계 기관에 인수되지 않아 앞으로 외환은행 출신 은행장도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행장 자신도 서울은행 출신이지만 하나은행장이 됐을 정도로 하나금융이 인사문제에 개방적이어서 외환은행 직원들도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행장은 주요 금융지주회사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정상화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지주사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계열 저축은행에 투입하면 소비자 대출금리도 낮아질 수 있다"며 "일본 대부업계의 경우 작년 최고이자율을 연 20%가량으로 낮추자 조달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은행계 대부업체만 살아남고 다른 대부업체들은 대부분 몰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들의 부실 원인은 대출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 관련대출)에 손댄 것"이라며 "은행의 폭넓은 대출영업망과 고객기반을 활용한다면 은행에 인수된 저축은행이 빨리 부실을 털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2년 하나은행으로 직장을 옮겨 20여년 만에 은행장 자리에 오른 김 행장은 영업 현장에서 오래 근무하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고, 직원들과의 친화력이 매우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연초 하나은행 본점에서 토끼해가 밝은 것을 기념해 토끼 모양 모자를 쓰고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시무식을 대신했다.

김 행장은 "올해 활동고객(30만원 이상 은행 계좌에 돈을 넣어 두고 거래하는 고객) 수를 지난해보다 30% 늘린 420만명으로 100만명가량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또 올해 은행 순익 목표를 1조2000억원으로 정해 작년에 비해 20% 이상 늘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