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길] 구제역 방역 돕다 졸음車에 숨진 군인

"나도 교통사고로 반신불수(半身不隨)가 됐는데 하나뿐인 아들까지 교통사고로 보내게 되다니…."

휠체어를 탄 권동주(51)씨는 아들이 사고 전날 저녁 구제역 방역 지원을 나간다고 전화한 것이 마지막이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들은 전화할 때마다 밤새 구멍가게를 지키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효자였다"고 했다.

구제역 방역을 돕다가 순직한 고(故) 권인환(23) 일등병의 영결식이 11일 오전 9시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렸다. 권 일병은 지난 9일 오전 1시쯤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초성리에 설치된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중 졸음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아버지 권씨는 권 일병이 한살 때인 1989년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돼 22년 동안 휠체어에 의지해 살았다. 아내와 함께 전남 여수에서 26㎡(약 8평) 규모의 작은 수퍼마켓을 운영하며 아들과 딸을 키웠다. 다섯살 많은 누나는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남 순천 청암대 안경광학과를 졸업하고 작년 8월 입대한 권 일병은 매사 적극적인 의무병(醫務兵)이었다. 지난 5일엔 최우수 전투 의무병에 뽑혀 대대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오는 24일 첫 휴가를 앞두고 변을 당했다.

영결식은 이홍기 육군 3군 사령관과 박찬주 26사단장, 김영우 국회의원(한나라당) 등 1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전날 빈소에는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문수 경기지사, 김규선 연천군수 등 각계각층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조화를 보냈다. 군은 이등병이던 고인을 일등병으로 추서하고 순직으로 예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