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失機

〈제7보〉(80~97)=각종 승부에서 요즘 '집중'이란 말이 너무 남용되는 느낌인데, 그러나 승부를 결정하는 키워드가 집중력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게임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중반까지 퍼펙트로 던지다 홈런을 얻어맞은 투수를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신중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안조영이 80이란 방심의 일착을 범하고 말았다.

80은 81의 평범한 끼움을 간과했다. 참고 1도 1로 받을 수는 없는 노릇. 요석(要石) △ 2점이 잡힐 경우 백은 중앙에서 전혀 힘을 못 쓰게 되고, 흑A 치중으로 좌변이 추궁당하는 수단까지 부활한다. 결국 94까지 중앙 흑 4점을 내줬지만 선수(先手)로 좌상 일대 백진을 대파한 흑이 훨씬 만족스러운 결말이다.

80으론 참고 2도처럼 중앙을 직접 조여가는 게 좋았다. 그래 놓고 7이었으면 흑은 양곤마 신세로 몰렸을 것이다. 그러나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는 것뿐 백이 크게 불리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흑이 다소 편한 흐름으로 바뀌었다는 정도. 아무튼 흑으로선 무엇보다 선수(先手)를 잡은 게 다행이다. 95에 96의 견제가 불가피한 순간 멍타이링은 노리던 97을 감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