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기자의 촉촉한 시선] 사표 쓰고 싶은 수퍼히어로… 재치와 유머로 비튼 영웅담

일곱 살 먹은 아들 녀석은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의 열혈 관객입니다. 틈날 때마다 DVD로 반복해 보면서 픽사 스튜디오의 수퍼히어로에 열광하지요. 대중에게 외면받은 '몰락한 수퍼히어로'라는 전반부 성찰적 개념에는 별 관심이 없고, 우여곡절 끝에 악당 '신드롬'을 물리치는 전형적 영웅 이야기에 피가 끓나봅니다. 뭐 그 또래 아이에게는 당연히 지구를 구하는 수퍼히어로가 우상이겠지요.

오늘(13일) 개봉하는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메가마인드(Megamind)'는 조금 다릅니다.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라 영웅 노릇에 염증을 느끼고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싶어하는 수퍼히어로, 악(惡)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관심받고 싶어 나쁜 짓을 저질렀던 콤플렉스 히어로가 주인공입니다. 기존 영웅의 비틀기요, 패러디죠. 그래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드림웍스의 대표 제프리 카젠버그는 원래 디즈니에서 최고 실력을 인정받다가 옮긴 인물입니다. 경영진과의 불협화음 때문으로 알려져 있죠. 의도적이었겠지만, 그가 드림웍스에서 만들어낸 작품들은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 관습들을 뒤집고 비튼 캐릭터와 스토리였습니다. 대표작이 '슈렉'.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흉측한 초록 괴물이었고, 금발의 미녀가 아니라 뚱보 피오나였죠. 디즈니 동화 속 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척하다가 동화의 책장을 한 장 찢어 화장실 휴지로 쓰는 '슈렉'의 첫 장면은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카젠버그식 재치이자 복수였습니다.

픽사 스튜디오가 2006년 디즈니의 우산 안으로 들어가면서 드림웍스는 패러디 대상을 한층 더 확대한 것 같습니다. '인크레더블'은 픽사의 2004년 작품. '메가마인드'를 보며 '인크레더블'을 떠올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수퍼히어로 의상으로 망토는 절대 안 된다던 '인크레더블'의 철칙을 뒤집으며 모든 주인공의 유니폼에 망토를 뒤집어씌운 '메가마인드'는 모범적인 수퍼히어로를 비웃으며 콤플렉스와 질투에 사로잡힌 파란색 안티 히어로를 창조합니다. 그리고 가족주의와 해피엔딩 강박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크레더블'의 라스트신을 살짝 조롱하며 마무리하죠. 선과 악, 개인과 군중, 의지와 운명에 관한 입체적인 질문들과 함께 말이죠.

일곱 살 아이가 '메가마인드'를 좋아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대중문화가 창조한 수퍼히어로에 대한 가장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해석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어떤 영화를 더 자주 찾게 될지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