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바로 'G20 세대'의 원조"

"여러분의 국가에 대한 헌신,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김황식 총리)

"1963년 파독(派獨) 이후 이런 자리가 47년 만에 처음 마련됐습니다. 감사드립니다."(김태우 한국파독광부총연합회장)

김황식 국무총리가 13일 1960~70년대 외화 벌이를 위해 독일에 파견됐던 광부와 간호사 출신 인사 23명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김 총리는 "여러분은 우리나라가 1달러가 아쉬울 때 만리타국에서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아껴서 송금했다"며 "우리가 작년에 수출 4700억달러를 달성하며 발전한 것은 기적이 아니다.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요즘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외국으로 진출하는 20대를 'G20 세대'라고 하는데, 여러분이 이들의 원조이자 대선배인 셈"이라고 했다. "여러분의 공로가 잊혀지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참석자들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일했을 뿐인데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돼 자부심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간호사 출신)", "이제 우리나라도 다민족·다문화 국가가 되고 있으니 우리가 외국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광부 출신)"고 답했다. 파독 광부·간호사는 현재 독일과 미국·캐나다 등에도 상당수 흩어져 있다. 국내에는 1000명가량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회 권이종 부회장은 "국내에서 연락 가능한 회원 450명 중에는 생활이 어려워 회비 1만원을 못 내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김 총리가 이날 역대 대통령·총리 중 처음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그 스스로가 70년대 독일 유학 시절 이들을 직접 만났던 인연 때문이다. 그는 판사 시절 펴낸 책에서도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나라 사랑을 우리 역사의 자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김 총리는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이 일이 거론되자 "국가 발전에 헌신한 분들의 공로가 잊혀지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말하다가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한편 이날 오찬엔 평소 파독 광부·간호사 후원에 관심을 가져온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김 총리의 초청으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