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恐韓症

〈제9보〉(109~126)=중국은 거의 모든 승부에서 '세계의 거인'으로 군림해 오면서도 축구와 바둑 2개 종목에선 번번이 한국의 벽에 막히곤 했다. 이른바 공한증(恐韓症)이다. 그러나 축구와 달리 바둑은 한국의 우세가 끝나고 역전 기미까지 감지된다. LG배는 특히 과거 한국 바둑의 거점 노릇을 해온 무대. 올해 LG배서 4강을 독점한 중국 바둑계가 '천지개벽'이라며 흥분할 만하게도 됐다.

백이 △로 맞끊어 전단(戰端)을 구한 장면. 흑이 109, 111로 잡자 안조영은 다시 112로 끊었다. 114로 백은 왜 참고1도 1로 단수치지 않았을까. 5까지 사석(捨石)을 활용해 외곽을 선수로 싸 바를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물론 백의 대성공. 하지만 흑은 참고2도 2로 잡는다. 6까지가 쌍방 최선인데, 이 그림은 상변 백진이 부푼 것보다 우변과 중앙 일대 흑세가 훨씬 웅장해져 백의 불만이다.

아무튼 백은 실전에서도 사석 전법을 활용해 120의 곳에 말뚝을 박는 데 성공했다. 여기까지 정석의 일종. 그러나 선수(先手)를 쥔 흑이 121, 123으로 권리 행사 후 125의 최대처를 점령하니 대세는 여전히 흑의 손아귀에 들어 있는 느낌. 그 순간 126이 놓였다. 안조영 회심의 승부수 일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