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19세 문도원 二단, 세계 바둑 역사 새로 쓴다

만 19세 소녀 문도원의 '세계 바둑역사 새로 쓰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도원 二단은 14일 중국 항저우 기원서 벌어진 제9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 최강전 1라운드 최종 7국서도 이겨 7연승째를 내달렸다. 280수 끝 백 3집 반 승. 이날의 희생양은 일본 간판스타 중 하나인 스즈키(鈴木步) 五단이었다.

지난 8일 대회 개막 후 1주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이겼다. 그 사이 중국 3명, 일본 4명의 '국가대표'가 줄줄이 가녀린 한국 여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중국 쑹룽후이(宋容慧)가 2년 전 수립했던 대회 최다 연승기록도 갈아치웠다. '역전의 여왕'답게 이날 역시 초반 불리를 딛고 얻어낸 역전승이었다.

대국 후 문도원은 "하변에 백집이 생기면서 승리를 예감했다. 운 좋게 연승하면서 좋은 줄도 몰랐는데 이제 정신이 돌아왔다.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또 "어젯밤 꿈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그룹 샤이니의 종현)이 나타나 즐거운 기분으로 대국했다"고 해 주변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바둑돌을 잡은 뒤 강만우 장수영 등 프로들의 가르침 속에 고교 1년 때 입단 관문을 뚫었다. 강만우 九단은 "어릴 때부터 수 읽기가 깊고 침착했다. 안갯속을 헤매는 것 같다가도 귀신같이 길을 찾아내는 타입"이라며 제자의 선전을 기뻐했다. 입단 후 큰 실적이 없었던 그에게 바둑계에선 '둘수록 기량이 느는 바둑'이란 평가도 나온다.

문도원은 오는 3월 21일 속행될 2라운드에서 계속 연승행진에 나선다. 남은 상대는 중국의 루이나이웨이(芮乃偉) 九단과 탕이(唐奕) 二단, 그리고 일본의 요시다(吉田美香) 八단 등 총 3명. 3승을 보태 10연승을 채울 경우 세계 바둑 사상 초유의 퍼펙트 우승이 현실화된다.

지난 97년 제5회 진로배 때 한국의 2번 주자로 출전, 9연승 신화를 수립했던 서봉수(58) 九단은 "나는 당시 9승 중 8승을 서울서 땄는데 문도원은 객지에서 7승을 올렸으니 대단하다"며 "지금의 기세라면 3승을 보태 내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한국은 문도원의 '원맨쇼'에 힘입어 5명이 모두 생존, 중국(3회)을 제치고 4번째 우승을 예약했다. 문도원은 이날까지 1050만원의 대국료를 확보했으며 단체우승(상금 7500만원)을 이룰 경우 높은 비율의 배당금을 지급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