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 나눴는데 콩팥 못 나누겠어요?"

대학생 고영민(22·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과1)씨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입버릇처럼 "난 꼭 해병대를 갈 거야"라고 말했다. TV 등을 통해 접한 해병대의 멋진 모습이 영민씨를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평소 운동을 하며 몸을 단련한 영민씨는 지난해 5월 3일 당당히 해병대에 입대했다. 이후 7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백령도에 배치됐다.

하지만 그해 8월 영민씨는 면회 온 아버지 고상원(53)씨로부터 청천병력 같은 말을 듣게 됐다.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동생 영웅(20·충청대학 사회복지과 1)씨가 상황이 악화해 신장 이식이 급하다는 말이었다. 영민씨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아버지에게 "내가 영웅이에게 신장을 줄게"라고 말했다. 8년 전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영민씨가 직접 돌보다시피 한 귀한 동생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단칼에 거절했다. 자식 둘을 수술대에 올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자신 있게 말한 영민씨도 이식 수술을 받으면 해병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제대하기는 아쉬웠기 때문이다. 영민씨는 자신의 교관에게 어려운 가정형편과 고민을 털어놨다.

교관은 "네가 나라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지키는 것도 나라를 위해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감을 다시 얻어 동생을 위한 신장 이식을 결정한 영민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수술대에 누웠다. 하지만 수술까지도 많은 난관이 있었다. 이틀이나 걸리는 정밀 검사 등을 위해 서울에 가야 했지만, 번번이 날씨 때문에 뱃길이 열리지 않아 좌절되곤 했다. 한 번은 검사 하루 전날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이 발생해 곧바로 부대로 복귀하기도 했다. 백령도에 있는 해병대 동료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수술비에 보태라며 영민씨에게 돈을 보내오기도 했다.

지난 6일 퇴원하고 집에서 요양 중인 영민씨는 현재 의가사제대 여부를 심사받고 있다. 결과는 2월 중순쯤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