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상대 공무원 사칭 사기 기승

구청 공무원을 사칭해 저소득층 노인의 돈을 가로채거나 집주인 행세를 하며 전세 보증금을 떼어먹는 사기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4일 서울 관악구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한 70대 남성이 관악구 신원동 박모(90)씨 집에 찾아가 자신이 구청 계장이라며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만들어 줄 테니 수수료로 8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진 돈 3만원만 건넨 박씨는 구청에 확인하고 나서야 사기당한 사실을 알았다.

지난달 21일 오후에는 관악구 조원동 윤모(81)씨 집에 40대 남성이 찾아가 구청팀장이라고 소개하고 "기초수급자에게 분양하는 아파트를 신청해주겠다"며 50만원을 요구했다. 이웃에게 10만원을 빌려 이 남성에게 건네주고 접수증을 받은 윤씨는 나중에 사기당한 사실을 알고 파출소에 신고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오후 관악구 중앙동 박모(78)씨 집에선 50대 남성이 구청 직원이라며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됐으니 계약금으로 32만원을 내라"고 해 돈을 받아간 일도 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비슷한 일이 지난달 성남·부산에서도 발생했다"며 "피해 액수는 비교적 소액이지만 피해자가 대부분 저소득층 노인이라 그들이 느끼는 피해는 크다"고 말했다.

전세난에 시달리는 서민을 울리는 전세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월세로 빌린 집에 들어가 집주인이 전세를 내놓은 것처럼 속여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신모(30)씨를 구속 기소하고 유모(61)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 등은 지난해 5~10월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를 월세로 빌리면서 계약할 때 파악한 집주인 인적사항을 쓰고 자기 사진을 붙인 위조 신분증으로 집주인 행세를 하며 전세 보증금 1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지검도 최근 월세로 확보한 수십채의 오피스텔 등에서 집주인 행세를 하며 전세 계약을 한 뒤 10억여원의 보증금을 받아 잠적한 중개업자 손모(43)씨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