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의 평점 따윈 필요없어] 러브&드럭스… 사랑은 가장 오래된 불치병, 그래서 '기적의 신약'이 필요해

사실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은 하나다. 포스터에 나오는 개런티 제일 높은 남녀 배우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것. 알면서 속아주는 재미 혹은 말라붙은 연애 감성을 되살리려는 안쓰러운 의도로 가끔 로맨틱 코미디를 관람한다.

'러브&드럭스'는 꺼진 연애의 기운을 비아그라처럼 혁명적으로 되살려주지는 못할지라도 밀반입 짝퉁 비아그라처럼 우리 마음에 출처 모를 자신감은 심어줄 수 있는 영화다. 거대 제약회사 화이자의 영업사원인 제이미(제이크 질렌홀)는 만나는 여자 족족 작업에 성공하는 연애쟁이, 그가 사랑에 빠진 여자는 젊고 매력적인 파킨슨병 환자 매기(앤 해서웨이). 그렇다. 불치병에 걸린 아름다운 여자와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이 21세기의 '러브 스토리'는 최루성 눈물 대신 유쾌하고 섹시한 웃음을 선사한다.

제이미와 매기는 선수들답게 '쿨'한 이별을 전제로 '쿨'한 연애를 즐긴다. 그러나 마음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은 스스로 정한 '쿨'한 사랑의 처방을 따르지 못한다. 매기는 자신의 병이 언젠가 이 눈부신 사랑을 퇴색시킬 것을 알기에 제이미에게 이별을 선포한다. 얄궂게도 화이자가 개발한 비아그라의 성공으로 의약계의 큐피드가 된 제이미는 정작 자신의 사랑은 의기소침, 기가 죽어버리는 상황을 맞이한다. 비아그라 판매왕도 진짜 사랑 앞에서는 뜨거운 약발을 자랑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연 이 딱한 연인을 위한 올바른 처방전은 누가 내릴 수 있을까.

사랑에 관한 소설 중 가장 그럴싸한 제목을 가진 소설은 맥스 슐만의 '사랑은 오류'다. 소설에는 사랑을 논리와 이성으로 설명하려다 멍청한 여자 친구한테 보기 좋게 차이는 법대생이 나온다. 그는 사랑이란 원래 이성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논리적 오류란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렇다. 사랑은 명백한 오류고 오진이고 오판이다. 그렇기에 배울 만큼 배운 우리가 사랑 때문에 멍청해지고 건강한데도 온몸이 체력장 한 다음 날처럼 쑤시고 아프고 갑자기 한밤중에 일어나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것이다.

제이미와 매기도 결국 사랑의 오류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다. 둘은 이 사랑의 미래가 얼마나 고달플지 뻔히 알면서도 웃으며 서로를 받아들인다. 진실한 사랑 앞에서는 불치병도 난치병에 불과하다. 이미 그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불치병인 사랑을 앓고 있으니까. 사람만 한 진통제가 없음을 경험했거나 혹은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기적의 신약이 되고픈 분들을 위한 달콤 쌉쌀한 딸기맛 감기약 같은 영화 '러브&드럭스'다.

※러브&드럭스=감독 에드워드 즈윅. 출연 제이크 질렌홀, 앤 해서웨이. 1월 13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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