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또 도전… 제2의 인생 사는 이들] "예순 넘어 재취업… 무엇도 두렵지 않아"

"이 나이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니 주변에서 다들 놀라고 부러워하죠. 매일 아침 7시, 출근하는 버스를 타고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살아 있다고 느껴요."

김명기씨는 최근 한국화장품이 만든 브랜드샵 '더 샘'에 상담실장으로 취업했다. 올해 63세다. 그는 "고객상담 분야에서는 최고령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국화장품은 김씨가 20여 년간 고객상담에 몸담았던 점을 높이 샀다. 그는 1983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2004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일했다.

"제가 신세계백화점 주부사원 공채 1기였어요. 서른다섯 나이에 50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했죠. 동기 40명 가운데 저만 남아 정년퇴직했어요. 그 시절엔 주부가 아이 키우며 일하기가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거든요. 남편 혼자 벌기는 부담스러울 것 같아 시작한 일인데, 일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는 퇴직 후에도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딸의 미술학원 운영도 도왔다. 잠시라도 쉬면 우울증에라도 걸린 듯 힘들었다고 한다. "퇴직하면 남자는 경비원이나 택배사원, 여자는 식당 일이나 보험설계사가 대부분이잖아요. 저처럼 한 분야에서 오래 일했어도 단순히 나이 때문에 경험과 장점을 못 살리고 물러서니 안타까워요."

김 씨는 출근을 위해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하루 평균 50통의 고객 상담 건을 처리하고 퇴근하면 밤 9시다. 자녀들은 처음에 '나이도 있는데 며칠 안 가 쓰러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그는 입사하고 나니 훨씬 건강해졌다고 한다. 그는 "내 역할이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쁠 수 없다"며 "오랜 경험 덕인지 어떤 상담전화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20년 전에 아이들은 '엄마는 집에 있어 달라'며 매달렸죠. 나도 힘들어서 애들 붙잡고 많이 울었어요. 그랬던 애들이 이제는 '엄마 능력 있다'며 좋아합니다. 나도 예순 넘어서 홀가분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