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또 도전… 제2의 인생 사는 이들] "파산신청했던 제가 금융자격증 부자됐어요"

지난 4일 서울 태평로의 카페에서 만난 김준호(50)씨는 작년 10월 취득한 공인재무설계사 자격증을 보이며 웃었다. 그는 "공부를 통해 절망에서 벗어났고,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했다. 대리운전 기사인 김씨는 2009년 초 이후 2년 만에 다섯 개의 금융 관련 자격증을 따냈다.

김씨는 1995년 '돈을 벌겠다'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울 강남에 노래방과 주점을 차려 월 1000만원 이상 벌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가게를 처분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에 손댔다가 빚이 산더미처럼 불었다. 아파트를 처분하고도 빚이 2억원 넘게 남자 2003년 파산신청을 했다.

아파트 경비원, 결혼식장 주차관리원 등으로 일하던 그는 2008년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입이 변변치 않아 어머니를 찾아가지 못했다. 몇 달째 아들 얼굴을 보지 못한 노모가 김씨의 단칸방을 찾아와 쇠고깃국을 끓였다. "얼른 취직하고 결혼도 해야 편히 눈감을 수 있겠다는 어머니 말씀에 눈물이 보일까 봐 고개를 푹 숙인 채 밥만 먹었습니다."

새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돈 모으는 법부터 배우자'며 금융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금융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저녁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일하고 집에서 잠깐 눈을 붙인 뒤 다시 출근할 때까지 책을 붙잡았다. 학원 다닐 돈이 없어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석 달 만인 2009년 4월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 2종(증권/부동산 및 파생상품)을 땄다. 작년 3월엔 증권투자상담사와 종합자산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10월에는 공인재무설계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김씨는 오는 4월엔 투자자산운용사, 11월에는 '금융 자격증의 꽃'이라는 국제재무설계사 시험도 볼 예정이다. "올해엔 꼭 취업해 13년 만에 적금통장을 만들어야죠. 작은 아파트를 구해 어머니도 모셔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