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암으로 팔 자를 뻔했던 쪽방촌 부부 "방문 간호사님 덕에 희망 찾았어요"

최씨는 4년 전인 2007년부터 왼쪽 어깨가 통증과 함께 부풀어 오르는 병을 앓았다. 9년 전 공사장 인부들에게 나눠주려고 보관하던 월급을 도둑맞고 수천만원 빚에 쫓겨 쪽방촌에 온 최씨는 병원에서 제대로 검사 한 번 받을 수 없었다.

최씨는 "검진비가 비싸 돈을 모아서 2009년 여름쯤 병원에 가려 했는데 집사람이 악성빈혈로 쓰러졌다"고 했다. 공사장 막일과 청소일로 모아둔 돈 600만원을 아내 병원비로 쓴 최씨는 밤마다 술을 마시며 통증을 달랬다고 했다.

그 무렵 유씨가 부부의 처지를 알게 됐다. 유씨는 지난해 3월 지인의 도움으로 검진비를 마련해 최씨를 병원에 데려갔다. '어깨 주위 조직 연골암'이라는 희귀암 진단이 나왔다. 최씨의 어깨는 이미 어린아이 머리 크기로 부풀어 있었다. 의료보호 1종 대상자여서 수술비는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희귀암이라 선뜻 수술을 하겠다고 나서는 병원이 없었다. 한 병원에서는 "팔을 잘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애가 타는 최씨에게 어느 날 아내 이씨는 "아이가 생겼는데 낳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나 죽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다그쳤다. 최씨는 "당장 얼마나 살지도 모르는 상황에 아이까지 태어나면 두 사람에게 너무나 큰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처음엔 아이 낳기를 반대했지만, 아내가 고집을 부렸다"고 했다.

뱃속에 아이가 생기자 부부에게 희망이 찾아왔다. 간호사 유씨가 백방으로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국립암센터에서 "수술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던 것이다. 지난해 10월 최씨는 6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최씨는 두 차례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졌지만, 왼쪽 어깨의 큰 혹은 떨어져 나갔다. 지난해 11월 입원 항암치료는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건너뛰었다. 그래도 병원에선 '경과가 좋다'고 했다. 최씨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저를 검사받게 해주고 수술할 병원까지 찾아주신 간호사 선생님 덕에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부부의 아기는 오는 31일에 태어날 예정이다. 용산 쪽방촌 한가운데 '새꿈어린이공원'에서 뛰어놀 유일한 어린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씨는 "아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놀 수 있게 올해는 반드시 일어나 일터로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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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이야기] 암으로 팔 자를 뻔했던 쪽방촌 부부 "방문 간호사님 덕에 희망 찾았어요"

입력 : 2011.01.18 03:01

용산 쪽방촌 건강 챙겨온 유옥진 간호사 노력 덕에 수술받고 2세도 곧 낳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