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천하의 이창호(36)가 국제대회 참가를 위해 연속 예선전 스타트라인에 선다. 무려 21회의 세계대회 최다 우승기록을 갖고 있는 그로선 처음 겪는 '수모'다. 이런 상황으로까지 내몰린 것은 최근 부진에 따른 랭킹 급락 때문. 2개월 째 연속 7위로 내려가 있다.
4월에 열릴 제24회 후지쓰배에 한국은 6장의 국가시드를 배정받았다. 관례대로 절반인 3장은 랭킹 순으로 배정하고 나머지 3장은 차상위 4배수(12명)의 토너먼트를 거쳐 선정한다. 11개월째 톱랭커로 군림 중인 이세돌(28)이 대회시드(전기 준우승)에도 해당돼 2위 박정환, 3위 최철한 외에 4위 허영호가 자동 출전권을 승계했다. 이창호는 21일 시작될 5~16위 12명 토너먼트에 출전한다.
새로 창설된 '초상부동산배'도 비슷한 상황. 한·중 양국서 6명(후보 1명 포함)씩 나와 우승 상금 60만위안(약 1억 200만원)을 겨루는 이 대회는 3월 중국서 열린다. 그런데 이세돌이 최근 이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바쁜 일정과 적은 상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 대회도 2~4위 3명 자동출전, 5~16위 12명의 선발전을 거쳐 3명 추가 방식으로 팀을 구성하게 됐다. 어쨌건 이세돌이 선발전을 면제 받고도 외면한 대회에 이창호는 선발전부터 '백의종군'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창호의 굴욕'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 세월은 무상(無常)하고 승부세계는 냉혹한 곳. 이창호가 보여줄 '다음 수'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