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에 임신해 자살 생각한 적도…"

"그래서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갔었나요?" (피어스 모건)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세제도 마셔보고 생각할 수 있는 미친 짓은 다 했죠.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관심이 필요한 소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요."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의 전설(래리 킹)'의 후계자가 첫 방송에서 '토크쇼의 여왕'과 마주 앉았다. 미 CNN은 17일(현지 시각) '피어스 모건 투나잇'의 첫 방송으로 오프라 윈프리(65)와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둘은 집처럼 편안히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1시간 동안 거침없이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윈프리가 첫 임신했던 열네살 때 자살할 마음을 먹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가 아홉살 때 친척들에게 성폭행당했고 이후 가출소녀 쉼터를 전전했음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혼한 어머니가 테네시에 사는 아버지에게 보냈을 때 그녀는 임신한 상태였다. 이를 몰랐던 아버지는 "네가 못된 행동이나 임신 같은 걸로 가족에 치욕을 안기는 걸 보느니 차라리 네가 죽어서 동네 강물에 떠내려가길 바란다"고 했다. 윈프리의 자살 시도는 실패했고, 아기는 태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윈프리는 "아기가 죽었을 때, 나는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남부에서 10대 미혼모로 살았다면 인생이 전혀 달랐을 거라는 얘기다.

윈프리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흑인(포브스·2009년)이자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흑인 자선사업가(바이오그래피닷컴)로 평가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텔레그래프)으로도 꼽힌다.

모건은 윈프리에게 '충분히(properly) 사랑에 빠진 적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두 번 가슴앓이(heart broken)를 한 적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누군지 공개하라고 다그쳤다. 오프라는 "안됐지만 사양하겠다"고 했다. "그 남자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너 그거 봤어? 내가 오프라를 찼다고(broke her heart)!'라고 할 텐데 그 꼴을 보라고요?"

모건은 지난 2년간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토크쇼였던 '피어스 모건의 인생 이야기'를 진행하며 고든 브라운 전 총리 등 수많은 유명인과 일전을 벌인 베테랑이다. 그는 평소 "CNN이 케이블 채널의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시끄러운 잡음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건 쇼에는 앞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가수 로드 스튜어트 등이 줄줄이 등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