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정재환씨 "늦깎이 공부로 박사돼요"

"늦게 시작한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늦깎이 대학생'으로 알려진 방송인 정재환(51·사진)씨가 최근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정씨는 이제 논문만 마무리하면 박사학위를 받는다. 전공은 한국현대사, 연구 분야는 1945년 이후 재일동포 사회의 변화다.

젊은 시절 그는 결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서울공고에 진학했지만 2년 만에 중퇴했다. 3수 끝에 한국외대 마인(馬印)어과에 들어갔으나 입대와 이른 결혼의 와중에 자퇴하고 말았다.

1980년 '영일레븐'을 시작으로 발을 들여놓은 방송가에서 그는 개그맨, MC, 탤런트로 명성을 얻었다.

절정의 시기였던 2000년, 그는 나이 마흔에 돌연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공부를 그만둔 아쉬움이 컸고 '뭔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술·담배를 다 끊고 골프와 축구도 그만뒀다. 그 시간을 활용해 그는 학업과 방송출연, 시민단체(한글문화연대) 활동이라는 세 가지 일을 모두 병행했다. 그는 "취미활동 등 여가시간을 포기하고 일과 공부에만 달라붙으면 뭐든지 할 수 있더라"고 말했다.

우리 말과 글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기 위해 사학과를 지망했다. 스무 살 차이 나는 학생들과 함께 책가방을 들고 다니며 공부했다. 수업시간마다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와 눈을 맞췄다. 학생들은 시험 때마다 그가 필기한 노트를 복사하느라 난리였다. 지방에서 촬영하다가도 리포트 제출일이 되면 PC방으로 달려갔다.

2003년 2월, 정씨는 3년 만에 학부를 졸업했다. 4.5 만점에 4.32점, 인문학부 수석이었다. 사람들이 놀랄 틈도 없이 그는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공부를 왜 20대 초반에는 몰랐을까" 생각했고, 공부엔 '때'가 있다는 걸 느꼈지만 그때가 '제2의 때'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석사논문을 쓰기 위해 동분서주했더니 사람들이 "저 사람이 진짜로 공부하는구나"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4년 만에 '이승만 정권 시기 한글 간소화 파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동기 중에서는 가장 빨랐다.

그는 "이제 평생 공부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박사과정에 뛰어들었다. 박사 과정은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나"라는 후회가 들 정도로 힘들었다. 대학 수업에 출강할 자격도 생겼으나 "아직 부족하다"며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