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 연구하는 데 남은 인생 바치고 싶어"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했다는 것은 역사에서 지울 수 없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에 어떻게 기여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한·일 관계가 새롭게 바뀔 것이다."

한국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일본 게이오(慶應)대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65) 교수가 18일 오후 도쿄 미타(三田) 캠퍼스에서 마지막 강연회를 가졌다. 오는 3월 정년 퇴임하는 그의 강연 주제는 '나의 한국 연구 40년'이었다. 제자, 한국 연구자, 외교관, 언론인 등 400여명이 노교수의 퇴임 강연을 지켜봤다.

그는 1972년 '연세대-게이오대 교환학생 1호'로 2년간 한국에서 유학했다. 당시 한국에 관심을 가진 일본인이 거의 없었고, 한국말도 하지 못해 막막하기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생활에 매우 잘 적응, 귀국 뒤에는 오히려 일본사회 적응이 어려웠을 정도라며 웃었다. 그는 "유학 당시 10월 유신 같은 격동기를 현장에서 목도한 것은 연구자로서 큰 행운이었다"고 했다. 이후 1981∼1982년 미국 하와이대와 조지워싱턴대 유학을 거쳐 펴낸 박사논문이 '한국전쟁-미국의 개입 과정'(1986년)이다.

"한국에 가기 직전에 남북한이 갑자기 공동성명을 발표하더니 한국에는 유신체제가 들어서고, 북한에는 국가주석제가 시작되더라고요. 그때는 영문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비슷한 일이 한반도에서 되풀이되더군요."

한국어에 능통한 지한파(知韓派) 학자로 알려지면서 그는 3김(金) 등 대표적 정치인도 두루 만났다. 그리고 제2기 한일역사 공동위원회 일본측 위원장을 맡는 등 학문뿐 아니라 한·일관계 개선에도 크게 기여했다. 일본이 하네다공항을 국내선 전용으로 축소하려 했을 때 "김포-하네다 노선에 전세기를 남겨놓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스스로 송혜교 팬이라고 말하고, 아들은 한국 기업에 취업했다.

"처음에 교수가 되려고 했을 때 은사인 이시카와 다다오(石川忠雄) 선생님이 '교수가 해야 할 일은 연구, 교육, 대학행정, 사회공헌, 후진양성의 다섯 가지'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나머지는 어느 정도 했는데 연구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는 "남은 인생은 '한반도의 분단과 통일'을 연구하는 데 바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