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새먼스 세계경제포럼 부회장… 정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소장 영입

스위스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민간기구인 세계경제포럼(WEF)의 리처드 새먼스(Samans·사진) 부회장이 한국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소장으로 영입된다. 새먼스 부회장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특보와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을 지낸 미 민주당계 인사로, 한때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으로도 거명됐었다.

WEF 관계자는 19일 "새먼스 부회장이 최근 임직원에게 '한국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소장직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면서 "클라우스 슈밥(Schwab) 회장도 임직원 회의에서 '새먼스 부회장을 한국으로 보내게 돼 아쉽지만 세계적 트렌드인 녹색성장 분야를 맡는다고 해서 축하해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거물로 알려진 새먼스씨를 영입한 것은 월척을 낚은 셈"이라며 "2월 말부터 근무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새먼스 부회장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미국 진보연구소(CAP)에서 수석연구원을 맡고 있는 등 민주당 내 거물급에 속한다. CAP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정권인수위원장을 맡은 존 포데스타 소장이 설립한 진보적 연구소다.

새먼스 부회장이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소장을 맡기로 한 것은 에티오피아·브라질·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녹색성장 계획을 수립해주고, 녹색기술을 확산·지원해주는 역할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설립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는 개발도상국에 전기자동차·태양광 등 녹색기술과 에너지 효율성을 강조한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해주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우리 정부는 3년간 매년 1000만달러를 출연할 계획이고, 덴마크도 해마다 500만달러를 기부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일본·독일 등도 기금을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수 전 총리가 이사회 의장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는 조만간 국제기구로 전환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백신연구소(IVA)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설립되는 국제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 이사회에는 한 전 총리를 비롯, 니콜라스 스턴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 토머스 헬러 미 스탠퍼드대 교수, 노일린 헤이저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사무총장 등이 이사로 참여한다.

새먼스 부회장은 터프츠대학에서 경제학과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국제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민주당 톰 피스 하원의원 보좌관과 톰 대슐 전 상원 원내대표의 경제정책 보좌관 등을 지낸 그는 2001년부터 WEF 부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