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교수 뽑거나 건물 짓는 것까지 보고해야"

"공무원 중에서 가장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이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가 아닌가 싶다. 그들은 학교를 통제하려고만 했지 학교 개혁을 도와주려는 마인드가 전혀 없다."

4년 임기를 마치고 다음 달 퇴임하는 동국대 오영교(63) 총장이 교육 관료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옛 상공부(지식경제부) 관료 출신으로, 코트라 사장과 행자부 장관을 지낸 그는 동국대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교수강의 평가와 상시(常時) 학과 정원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등 대학 개혁을 주도해왔다.

그는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교과부의 무능과 매너리즘, 관료주의를 비판했다. 오 총장은 "내가 경제관료로 30년 이상 근무해 공무원 사회를 잘 알지만, 가장 규제를 많이 하는 조직이 교과부인 것 같다"며 "현 정부 들어 '자율과 경쟁'의 교육정책을 편다고 했는데 솔직히 체감(體感)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공무원 출신으로 교육 관료들을 너무 몰아세우는 것 아닌가.

"공무원 사회가 잘 돌아가려면 고객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교과부의 고객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다. 하지만 그들에게 고객 개념은 없다. 학교에 대한 군림과 규제, 간섭의 마인드가 교육 관료들 몸에 뱄다."

―예를 든다면?

"아직도 대학은 교수를 뽑은 후 교과부에 보고해야 한다. 사범대 학과 정원을 조정할 때도 교과부 승인을 받는다. 총장이 돼서 보니 캠퍼스에 건물을 짓는 것도 규제와 간섭이 많아 마음대로 못하겠더라."

그는 대학이 영리(營利)사업을 통해 학교재정을 보완하려고 해도 이런저런 제약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고,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여러 차례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정부는 입시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준다고 했다.

"이젠 (입시를) 대학이 알아서 할 때가 됐고, 정부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하지만 교과부가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4년제 대학들의 협의기구)을 앞세워 과거보다 더 많은 간섭을 하고 있다. "

'등록금 동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오 총장은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일정소득 이하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늘려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그런데도 3년째 장관이 총장들을 모아놓고 '동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포퓰리즘(대중영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자율과 경쟁'의 교육정책, 소비자(학생·학부모) 위주의 교육정책을 편다고 해 기대했는데 교육에서 고객 마인드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오 총장은 그 이유를 교과부의 관료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부 공무원들은 '학교란 원래 잘못하는 곳이니 감시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도 관료 출신이지만 총장으로 4년간 '을(乙·힘없는 약자)' 입장에 서다 보니, 공무원이 고객 마인드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주도하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 대해 오 총장은 "정권 초에는 교육 관료들과 열심히 싸우더니 장관이 되더니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총장으로 느낀 교육정책이 이럴진대 초·중등 교육정책은 얼마나 심하겠느냐"며 "정부가 자율을 강조한 만큼 기대가 컸는데 배신감과 실망감도 그만큼 크다"고 했다.


☞ 오영교 총장은?
▶대전 보문고·고려대 경영학과
▶행정고시 제12회
▶상공부 중소기업국 국장·산자부 차관
▶코트라 사장
▶행정자치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