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글로벌 영 파워] "열아홉 살 때 350만달러 투자받았죠"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나 12살 때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이주. 13살 때 아시아 주니어 골프 랭킹 1위. 16살 땐 중국에서 정보기술(IT) 창업, 18살 때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 입학. 1학년 때 대학을 중퇴하고 19살에 IT 벤처기업 위게임(WeGame) 창업….

한인 2세인 제러드 김(Jared Kim· 22) 사장의 약력이다. 그는 3년 전 위게임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미국 벤처 자본가들에게서 총 35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위게임 사무실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하우손(hawthorne) 스트리트는 현재 세계 최고 IT기업 가운데 하나인 페이스북 본사에서 5블록 정도 떨어져 있다.

"위게임은 게임업계의 유튜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청바지에 점퍼를 걸친 채로 나타난 김 사장은 위게임은 게임 동영상 사이트라고 소개했다. 유튜브가 다양한 동영상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라면 위게임은 게임 동영상만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게임 동영상을 모으기 위해 위게임은 사람들이 컴퓨터 게임을 할 때 모니터에 나타나는 화면을 동영상 파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현재 위게임 사이트에 자신의 게임 동영상을 올리는 회원의 수는 약 170만명이나 된다.

김 사장의 가장 큰 사업 밑천은 다양한 경험이다. 그는 "13살 때 잠시 아시아 주니어 골프 랭킹 1위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중국을 방문한 타이거 우즈와 골프를 하기도 했다"며 "15살까진 골프만 생각하고 살았다"고 했다.

그가 골프를 포기하고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재미있다. "15살 때 당시 코치가 '성공하려면 다시 미국으로 가라. 가서 공부도, 여가도 포기하고 골프만 하라'고 하더군요." 한동안 고민한 김 사장은 골프 대신 사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는 골퍼라면 부와 명성을 누리지만, 100위권만 벗어나도 사는 것이 고달파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세계 1000번째 기업가는 세계 랭킹 1위 골퍼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버지에게 사업 계획서를 보여주고 종자돈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인터넷에서 컴퓨터로 게임을 할 상대를 찾아주는 회사(Xinjun software)였다. 사업은 번창하는 듯했다. 11개월 뒤엔 직원이 7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서비스 이용자는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돈을 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는 "회사를 팔고 대학 입학을 준비했지만, 사업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버클리대학 입학 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새 사업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지금의 사업 아이디어를 들고 벤처투자가를 찾아갔다. 벤처투자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뜻 지갑을 열었다. 영어는 물론 PC게임의 종주국인 한국어와 세계 최대 PC게임 시장인 중국어를 구사하고 세 나라의 문화까지 이해하는 어린 사업가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산 것이다. "한 투자업체 관계자는 2시간 이야기를 주고받은 다음 즉석에서 투자를 약속하더군요. 1시간 30분은 내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정작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는 단 30분 이야기를 했는데 24시간 안에 돈을 보내겠다고 하더군요."

2011년은 김 사장에겐 더없이 중요한 시기다. "지난 몇 년간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용자를 늘렸습니다. 이제 결실을 거둬야죠." 위게임은 올라온 동영상 정보를 인맥 관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올리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게임 동영상을 올리면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그 소식을 듣고 같이 게임을 즐기게 한다는 아이디어다. 위게임은 그 과정에서 게임 판매를 대행해 수익을 올린다. 벤처 창업은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더 큰 게임이다. 그러나 어린 사업가에서 젊은 사업가로 성장한 김 사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미래의 실패를 걱정하다 보면 지금 일에 소홀해진다"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엔 게임 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