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인 줄 알았는데, 사고뭉치 탐정일세
입력 : 2011.01.20 03:09
퓨전 사극 '조선명탐정'
김명민 등 코믹연기 뛰어나… 장면 연결은 매끄럽지 못해
소설가 김탁환의 역사 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이 원작인 이 코미디 탐정영화는 재치 있는 설정으로 기획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셜록 홈스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천재 선비와 능청스러운 개장수를 명탐정·조수 콤비로 창조해 플롯의 중심에 놓은 것. 진지하고 엄숙한 정극 연기를 주로 펼쳤던 김명민이 처음 코미디에 도전한다는 사실도 화제였다.
"물먹은 것 아니냐"며 이죽거리는 개장수 서필(오달수)과 함께 도착한 적성. 그곳에서 명탐정 일행은 지역 상단을 주름잡으며 세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의문의 인물 한객주(한지민)를 만난다.
광활한 옥수수밭을 하늘 위에서 부감(俯瞰)으로 잡아내며 시작하는 '조선명탐정…'의 시각적 쾌감은 강렬하다. "뭘 해도 완벽하지 않으냐"며 스스로에게 감탄하는 김명민의 희극 연기는 과장됐지만 신선한 쾌감을 주고, "양반 보고 '이 양반아'라고 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명탐정에게 이죽거리는 오달수 역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호연했다. 언문소설 '김 상궁의 은밀한 매력'과 관련한 재치도 순간순간 빛을 발하고,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저잣거리나 우아하면서도 이국적인 한객주의 접대실 풍경도 매혹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은 오직 부분으로서만 빛을 발한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창조한 황소만 한 흑구(黑狗)와 명탐정의 대결 장면은 일정 부분 시각적 스펙터클을 선사하지만,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 장면과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 짙다. 더 큰 문제는 관객이 리듬을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통일된 흐름 조성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관객과의 머리싸움인 추리극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설정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느닷없이 수도 이전 반대와 천 길 낭떠러지를 등장시켜 현실 정치와의 알레고리를 주장한다. 다시 몇 발자국 달린 뒤에는 이 모든 것이 코미디 픽션일 뿐이라고 홱 돌아선다. 도대체 가장 소리 높여 외치고 싶었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 작품은 흥미로운 콘셉트와 배우의 개인기만으로는 영화라는 종합예술이 완성될 수 없다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자주 인용될 것 같다. 개별 신(scene)과 각각의 연기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각 장면의 연결과 전체 구성에 있어서는 취약한 편이다. 한 편의 영화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리듬과 생명력을 지닌 일종의 유기체라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고 있다.
단순한 설 연휴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럴 의도였다면 왜 이렇게 어수선하고 비효율적인 전개를 선택했는지 아쉽다.
●원작 소설 '열녀문의 비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