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이 또 한 번 중국 땅에서 ‘싹쓸이’ 우승을 달성했다. 20일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서 막을 내린 제12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 제13국서 한국 4번 주자 최철한은 현역 세계 최강자인 중국 쿵제(孔杰)를 176수 만에 백 불계로 제압, 한국의 우승을 결정지었다.
최철한은 이날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으나 조금씩 추격, 턱밑까지 따라붙은 뒤 막판 회심의 묘수를 터뜨려 극적 역전승을 끌어냈다. 최철한이 이번 상하이에서의 최종라운드를 4연승으로 끝냄으로써 한국은 주장 이창호가 바둑 돌 하나 쥐지 않고도 우승을 결정지었다. 2년 전 10회 때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케이스. 최철한이 이날 패했더라면 21일 이창호 대 쿵제 전으로 대회 패권이 판가름날 판이었다.
한국은 이번 우승으로 총 12번의 역대 농심배 중 최근 3연패(連覇) 포함 10번을 우승했다. 진로배 등 같은 형식으로 치러졌던 국가대항 연승전을 모두 합하면 18회 중 16회를 제패하는 신화를 계속했다. 더구나 지난 주 항저우(杭州)서 시작된 제9회 정관장배서도 문도원이 7연승 중이어서, 한국바둑은 1월 중국 땅에서 벌어진 국가대항전 10판을 모조리 승리로 장식했다.
최철한의 농심배 통산전적은 10승 4패가 됐다. 이창호(19승 2패) 다음 2위에 해당하는 승수다. 쿵제와의 전적도 2승 4패로 따라붙었다. 비공식전을 포함하면 5승 4패로 역전이다. 현역 세계 3관왕인 쿵제는 이날 충격적 역전패로 역대 농심배에서 2승 4패의 저조를 면치 못했다. “초읽기에 약하다“는 징크스가 이날도 재현됐다.
농심배 우승상금은 2억원. 최철한은 상당한 비율의 배당금 외에 연승상금 2000만원, 대국료 1200만원까지 더해 거액을 챙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