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재벌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

이석채 KT 회장이 취임 후 2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로 재벌과의 싸움을 꼽았다.

이 회장은 20일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년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국내 재벌기업들과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KT는 지난 2년간 고비마다 발목을 잡혀왔고, 가장 큰 발목은 국내 재벌들이 연합해 공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업체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인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애플의 아이폰 도입 이후 삼성전자와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고,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S폰을 한동안 SK텔레콤에만 독점 공급하는 등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갤럭시S의 KT 공급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관계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 스스로도 "이제 삼성하고는 괜찮다"며 "어디에서는 싸우고 어디에서는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논란을 빚었던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해서는 "논란에 상관없이 필요하면 적합한 인사를 더 적극적으로 영입한다는 것이 인사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나이와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인재를 영입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KT가 필요한 사람을 스스럼없이 영입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부러워한다"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성장하려면 내부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 경영 전망과 관련, 매출액은 20조5000억원 이상, 투자규모는 3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 2015년까지는 매출 30조원을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한 핵심사업으로는 '스마트홈 전략'과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확대'를 꼽았다.

스마트홈 전략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와 네트워크를 이용, 개별 가정을 교육과 휴식은 물론 업무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KT는 올 4월 주부·학생 등 고객의 유형과 취향에 맞춘 전용 태블릿PC들을 출시하고, 제품별로 교육패키지·북카페·가족앨범 등의 기능을 넣어 특화할 예정이다.

KT는 올해 7~8종의 태블릿PC를 출시해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고, 스마트폰은 25~30종을 출시해 가입자 650만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컴퓨터나 서버 등 고가(高價)의 IT(정보기술) 인프라를 일일이 직접 사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빌려 쓰고, 쓴 만큼만 요금을 내는 '클라우드컴퓨팅'을 올해부터 B2B(기업 대상) 사업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회장은 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언급하며 "현대차가 품질 혁신을 조직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정 회장이 앞장선 결과, 현대차가 지난 10여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며 "KT의 고객만족을 위해 (내가) A부터 Z까지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