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신입생 선발이 아닌 교육으로 경쟁해야"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을 지낸 김영길(72) 한동대 총장이 17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총회에서 제17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대교협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학 입시 업무를 위탁받아 집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대학의 위기는 대학들이 성적 좋은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쟁만 할 뿐,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데서 온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세계적 연구를 수행하려면 학부 시절 탄탄한 기초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학부교육을 어떻게 업그레이드시킬지 중점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 산골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초등학교 시절 자동차보다 비행기를 먼저 봤을 정도로 오지에서 자랐다고 했다.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꿈을 어려서부터 키웠고, 그 꿈을 좇아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엔 미국 유학을 떠나 뉴욕 RPI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NASA에 취직해 우주선 제작에 참여했다. 뛰어난 연구실적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인명정보기관(ABI) 발행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고 'NASA 발명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1979년 귀국한 그는 카이스트를 거쳐 1994년부터 포항 한동대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작고한 김호길 포항공대 초대 총장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나사 연구원으로, 카이스트 교수로, 한동대 총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것은 대학이 세계적 연구를 하려면 가장 기초인 학부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미지의 답을 찾아서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교육이 국내 대학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실력을 갖추도록 대학들이 협력해야 한다"며 "대학 간 교육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대교협이 매개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해서는 "양적으로 더 확대하기보다 질적으로 내실화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입학생이 점점 줄고 대학 재정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대학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면서 "대학과 교수사회가 스스로 개혁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갈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