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위 녹이는 따뜻한 마음] 日 한국학교에 익명 기부… 학용품 6천여점 놓고 가

일본 도쿄에 있는 한국학교. 지난 18일 오후 2시 30대 남성 3명이 차에서 20개의 종이상자를 내려놓고 사라졌다.<사진> 상자에는 노트 1400권, 볼펜 2400자루, 지우개 1200개, 자 1200개, 연필깎기 60개가 있었다. 한국학교 초·중·고등부 학생이 총 1200명임을 알고 준비한 선물이다.

일본어로 쓴 편지도 한 장 있었다. "(만화) 타이거 마스크의 주인공 다테 나오토(伊達直人)를 자처하는 분들의 마음 따뜻해지는 행동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 동포들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한 끝에 미력이나마…"라는 내용이다. 일본에선 요즘 '타이거 마스크'를 자처한 사람들이 잇달아 익명으로 고아원 등에 선물을 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학교에 보낸 선물의 기부자 이름은 구한말의 개화사상가 '유길준(兪吉濬)'이다. 이름 밑에는 "한국인으로서 일본에 처음으로 유학 온 유길준 선생님이 하신 일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학교측은 재일교포나 학부모가 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건을 내려놓았던 남성 3명은 "우리는 심부름꾼"이라고만 했다고 한다. 학교측은 학용품을 학생들에게 나눠준 뒤 이 소식을 홈페이지 소식란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