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성적은 7억원 이상, 연봉은 6억3천"

롯데가 간판스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찜찜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일 연봉조정위원회에서 이대호(29)의 2011년 연봉을 소속팀 롯데가 제시했던 6억3000만원으로 결정했다. 이대호는 7억원을 원했지만, 롯데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양측은 KBO에 연봉 조정을 신청했다.

이대호는 ▲프로야구 사상 첫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세계 신기록으로 인한 마케팅 효과 ▲이승엽이 6억3000만원을 받았던 2003년보다 현재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롯데는 ▲이대호가 팀 내 최다 실책(12개)으로 수비 고과 점수가 떨어진 점 ▲4위에 그친 팀 성적 ▲구단 내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등을 내세웠다.

KBO 연봉조정위원회는 "이대호의 성적이 7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에 대해선 공감했지만 구단이 주장한 고과 평점과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6억3000만원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비록 연봉 협상에선 이겼지만 롯데는 이번에 아낀 7000만원보다 훨씬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먼저 이대호의 자존심이다. 팀의 간판인 그의 실망감이 2011년 시즌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특히 이대호는 2011년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는다. 자존심을 지켜주지 않은 롯데에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대호는 이날 결과에 대해 "앞으로 후배들은 구단이 주는 대로 연봉을 받아야 할 것 같다. 할 말이 없다"고 씁쓸함을 숨기지 않았다.

또 구단 이미지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 최원현 KBO 고문변호사, 김종 야구발전연구원 원장,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회장, 해설가 박노준씨가 참여했던 조정위원회는 이날 약 4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거쳤다. 한 연봉조정위원은 "5명 모두가 정서상으로는 이대호의 편이었다. 하지만 준비한 근거 자료에서 역시 팀이 한 수 위였다"고 말했다.

역대 20번의 KBO 연봉 조정에서 선수가 이겼던 적은 2002년 LG 유지현이 2억2000만원으로 구단안(1억9000만원)을 제쳤던 것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