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때 난 이렇게 침투" 김신조씨가 직접 장병들에게 설명

21일 '1·21 사태' 43주년을 맞아 이곳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1968년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했던 공비 중 유일한 생존자인 김신조(69)씨가 장병 100여명과 당시의 침투로를 행군하는 '리멤버(Remember) 1·21'이었다. '김신조 루트'로 불리는 철책선을 지키고 있는 육군 25사단은 매년 1월 21일마다 자체 답사 행사를 열고 있지만, 김씨를 초청한 것은 처음이다.

김씨는 영하의 날씨에도 얇은 군청색 체육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이 철책을 넘기 위해 비무장지대를 수도 없이 다니며 사진을 찍고 연구했어요. 지뢰와 크레모아가 쫙 깔려 있는 이곳을 밤 9시에 불 하나 안 켜고 통과했습니다."

얼마나 신중하게 움직였는지 1시간 동안 20m밖에 못 가기도 했다고 했다. 높이 1m, 가로 80㎝ 크기로 철조망을 잘랐다. 그는 "흔적을 없애기 위해 정교하게 다시 붙여놨는데 생포된 뒤에 절단 지점을 알려줘도 못 찾을 정도였다"고 했다. 김씨는 초병들이 지키던 임진강을 건넌 얘기도 들려줬다. 흰 천을 무릎까지 덮고 총도 흰 천으로 감쌌다.

"그렇게 임진강을 건넌 뒤에는 파주 파평산만 바라보고 시속 12㎞가 넘는 속도로 달렸습니다. 오직 박정희 모가지 따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김씨와 함께 답사에 나선 장병들의 눈이 반짝였다. "대학을 다니다 입대했는데 1·21사태가 뭔지 몰랐어요." 정진명(21) 이등병은 "현장에서 설명을 들으니 더 철통같이 이곳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씨는 북한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은 겉으로는 싸우지 말자 하면서 연평도를 포로 때렸어요. 뜻대로 안되면 분명히 또 도발할 겁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 광고문의·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