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아파트 고드름 제거하다 소방관 순직

지난 22일 오후 5시 15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일신아파트 12층 외벽에서 고가사다리차 승강기가 36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강기에 탑승해 베란다 바깥 창문 쪽 고드름 제거 작업을 하던 119대원 이석훈(36) 소방교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노은호(27) 소방사는 양다리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두 대원 모두 안전모를 착용하고 가로 1.5m, 세로 1m 크기의 승강기에 안전띠를 부착해 놓은 상태여서 추락에 따른 외상은 없었으나 장기가 크게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방교는 추락 충격으로 우측 폐출혈이 심해 사망했다고 광산소방서는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 28분쯤 "아파트 7~14층 사이에 얼어붙은 고드름을 제거해 달라"는 주민 신고를 받고 동료와 펌프차·고가사다리차를 몰고 출동했다. 도착 후엔 곧바로 사다리차에 달린 승강기에 올라타 전기톱과 망치, 정 등 공구로 고드름을 제거했다. 하지만 승강기를 지탱하는 쇠줄이 끊어지면서 이 소방교 등은 승강기를 탄 채 땅으로 떨어졌다.

사고 고가사다리차는 1992년 11월 등록된 노후 장비로 사용연한 15년을 3년 이상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 당국은 그러나 "1개월 전 실시한 안전점검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23일 빈소를 찾아 "숨진 이 소방교는 순직 처리하고, 부상한 노 소방사는 공상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인과 3세·5세 두 아들을 둔 이 소방교의 장례식은 24일 광산소방서장으로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