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구출작전' 성공]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秀才에 효자… 가난 때문에 배 타기 시작

노부부는 "해균이는 어릴 때부터 집안의 기둥이었다"고 했다. 작은 시골집 한 채와 논 두 마지기(약 300평)가 전부였던 집안 형편이었지만 석 선장은 중학교 내내 반에서 1∼2등을 다퉜다. 아버지 석씨는 "돈이 없어 실업계 학교(밀양실업고)로 보내던 날, 녀석이 밤새 울었다"며 "나도 몇 번이나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고 했다.

석씨는 집안 형편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교 졸업과 동시에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손씨는 "해군사관학교를 가고 싶어 했는데 가난한 집에서 동생들까지 챙기느라 포기했다"고 했다.

마흘리 이웃들은 "해균이는 이름난 효자"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 신영주(78)씨는 "큰형인 해균이가 일찍 철이 들어 다섯 형제가 싸움 한번 하지 않고 우애가 깊었다"고 전했다.

석 선장은 경남 진해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1975년, 22세의 나이로 최진희(58)씨를 만나 결혼했다. 제대 후엔 '뱃사람'이 됐다. 임금이 좀 더 많다는 말에 화물선·유조선을 택했다고 한다.

요즘 석 선장 아버지는 고혈압에 귀까지 어둡고, 어머니는 허리·팔·다리가 아파 집 밖으로 안 나간다. 아들 사고 소식을 들은 뒤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TV 뉴스만 보고 있다. 아버지 석씨는 "마지막 소원이니 해균아 퍼뜩 돌아온나"라고 외쳤다.

지난 22일 오후 8시쯤 부산 금정구 장전동 석 선장 자택. 미국에서 IT 관련 일을 하다 귀국해 잠시 머물고 있는 둘째 아들 현수(30)씨는 "아버지는 선원으로 시작해 30년가량 배 생활을 하면서 이등항해사, 일등항해사 등을 거쳐 선장이 된 자수성가형"이라며 "그런 만큼 항상 자기계발서와 시사잡지 등을 사서 배에서 읽으셨고, 영어와 컴퓨터를 꾸준히 공부하셨다"고 했다. 엑셀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들도 혼자 책을 보고 익혔다고 했다. 삼호해운 관계자도 "선장님은 해적 출몰 지역을 항해하기 전에 받는 해적 대응 훈련도 건성으로 받지 않으신 것"이라 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오랜만에 귀국하더라도 살갑게 대하거나 많은 얘기를 해주진 않았지만 아내와 자식들 선물은 꼭 챙겨오는 식으로 마음을 표현했다고 했다. "80년대 후반에는 그 귀하다는 무선전화기를 선물해 주셨고, 어머니를 위한 화장품도 한번도 잊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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