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愼勿輕速

 

 

〈총보〉(1~191)=안조영의 주무기는 신중함이다. 국내 250명 프로들 중 조심스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기사로 불린다. 초반 26의 적극 침투로 시작해 대세를 주도해갈 때까지만 해도 그의 신중 모드는 정상 가동했다. 그러나 이후 80, 138, 148 등 세 번에 걸쳐 신물경속(愼勿輕速)의 기훈을 어기는 수가 나왔고 그때마다 큰 내상을 입으며 휘청거렸다.

하필 문제의 세 수를 둘 때만 꼭 손이 빨리 나갔으니 이날 패배는 운명적이었다고나 해야 할까. 세 수 중 한 수만이라도 평소의 안조영답게 조심성을 발휘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 생애 첫 세계 4강 고지 눈앞에서 좌절한 안조영 자신은 물론이고, 내용 면에서 한국의 8강 전멸을 막을 가장 유력한 판이었다는 점에서도 큰 아쉬움을 남겼다.

중국의 23세 무명 청년 멍타이링이 오히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처럼 꾹꾹 참으며 버텨낸 끝에 세계대회 준결승 진출이란 감격을 누렸다. 안정감 측면에서 앞으로 주목할 신예란 평이 나올 만했다. 참고도는 종국(終局) 이후 예상되는 변화. 5까지 패(覇)를 낼 수는 있으나 백엔 팻감이 없다. (177…84, 191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3시간4분, 흑 3시간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