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청년' 하늘에서 졸업장 받다

아프리카 마사이족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설계하기 위해 지난해 탄자니아에 갔다가 안타깝게 숨진 고(故) 이용준(당시 24세·서울대 건축학과 5년)씨〈본지 2010년 9월 16일자 A13면〉에게 서울대가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지역 보마 응옴베(Boma Ngombe)마을에 학교를 설계하려고 출국했다가 탄자니아 북동부 탕가 지역 바닷가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당시 이씨는 학생 600여 명이 공부할 교실 15개와 책 1만5000권을 소장할 수 있는 도서관을 갖춘 중·고등학교 조감도를 만들고 있었다.

이씨는 대학 1학년이던 2006년 여름방학 때 탄자니아에 간 뒤 네 차례나 가서 우물 파기, 태양광발전판 설치, 유치원생 교육 같은 봉사활동을 했다. 이씨를 가족처럼 여겼던 현지인들은 "(사망한 이씨를) 자주 봐야 한다"며 유치원과 병원 예정지 사이에 그를 묻고, 그가 설계해 만든 초등학교 식당에서 이씨 가족과 장례를 치렀다.

서울대 건축학과는 이씨가 국가를 위해 공헌했다고 판단, 살아 있었다면 곧 졸업할 그를 명예졸업자로 추천했다. 건축학과 박소현 교수는 "떠나간 제자를 위해 학교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한다"며 "명예졸업장이 부모님에게 작은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예졸업장은 다음 달 25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수여된다.

이씨 동생 지은(23·한동대4)씨는 "평소 좋은 일을 많이 한 오빠가 명예졸업장을 받는다니 자랑스럽다"고 했다.

아버지 이철원(55)씨는 "아들 생각에 여전히 많이 힘들다"며 "(아들이 묻힌) 탄자니아에 한번 가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0월 이씨의 봉사정신을 기려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