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이태영 신부의 추모] "동생의 평생 꿈은 '가난한 이들의 친구' 그의 삶 앞에서 우리 스스로 돌아봐야"

"너희가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이태석 신부가 보여준 '사랑의 삶' 뒤에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실천에 옮긴 다미안 신부와 소알로이시오 신부, 그리고 이 신부의 친형 이태영 신부가 있다.

다미안(1840~1889) 신부는 벨기에 출신으로 하와이 부근의 한 섬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다 그 자신이 한센병에 걸려 선종했다. 이태영·태석 형제는 어린 시절 성당에서 다미안 신부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를 보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제'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미국 출신인 소(蘇)알로이시오(1930~1992) 신부는 6·25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던 1957년 한국에 와서 고아와 행려병자들을 위해 헌신한 '가난한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소 신부가 주임을 맡았던 부산 송도성당은 이태영·태석 형제가 다닌 성당이었다. 이 신부의 어머니 신명남(86)씨는 "소 신부가 주선한 손수건 수놓는 부업으로 생활비를 보탰고, 이 신부의 큰형은 소 신부를 도와 복사(腹事·미사 등에서 사제를 돕는 사람) 활동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태영 신부(51)는 고교를 마친 후 한센인 지원 활동을 활발히 펴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에 들어가 신부가 됐고,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 부산시 기장군 예수마리아성심 수도원에서 만난 이태영 신부는 "저도 '왜 지금?'이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다"며 "거룩한 사랑의 힘은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초등학교 때 '주여 굶주리는 이들을 보소서/이 기쁜 성탄절에도 추워 떨고 있어요'라는 성가(聖歌) 가사를 쓸 정도로 "가난에 예민한 영적 감수성을 갖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가장 아름다울 때 데려가신 것은 그의 삶 앞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하느님의 메시지일 것입니다." 이태영 신부는 "누구나 살면서 입은 크고 작은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면 감사의 마음이 생기고 사랑을 베풀 수 있다"며 "지금 동생에 대한 추모 열기가 '죽은 기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억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