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주식카페 '무료정보'에 혹했다간 돈 날린다

따라서 금융 당국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인터넷 주식카페 무료 회원에 가입하지도 말고 가입하더라도 무료 투자 정보엔 귀를 닫으라"고 조언한다. 최욱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은 "가급적 금융위에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로부터 투자 자문을 받는 것이 좋다"며 "인터넷 투자 자문 카페에서 종목을 추천받는 건 성공 확률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21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증시가 급등세를 보이자 불법·가짜 투자 자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금감원은 인터넷·케이블TV 등에서 활동하는 불법 및 가짜 투자 자문업체가 현재 2만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8년 156개에 불과하던 가짜 투자 자문업체도 작년 말 424개로 171% 급증했다. 특히 국내 최대 가짜 투자 자문사 회원 수는 550만명에 달하고, 최대 불법 투자 자문 인터넷 카페 회원 수는 68만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가짜 투자 자문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고 신고만 한 채 다수의 투자자를 상대로 인터넷 카페, 케이블TV 등을 통해 주식 등 투자 상담을 하는 것을 말한다. 불법 투자 자문은 신고도 하지 않고 이러한 투자 자문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인터넷 투자 자문업체는 대부분 불법으로 봐도 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한국거래소 등 금융 당국은 이제까지 적발된 사례들을 분석해볼 때 가짜·불법 투자 자문에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투자자들이 몇 가지 사항을 꼭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넷 주식카페에서 얻는 무료 정보', '공시가 되지 않은 정보', '전직 임원·증권사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를 사칭한 정보'는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주식카페 무료 정보는 믿지 마라

가짜 투자 자문업자 A대표는 작년 10월 일반·무료 회원들에게 "몇천만원의 수익을 거두게 해주겠다"며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 팔면 회원자격을 영구 박탈하겠다"고 협박해 주가를 유지시키고 자신은 주식을 전부 팔아 7억원대의 차익을 챙겼다가 금융 당국에 적발됐다.

인터넷 가짜·불법 투자 자문업체들은 인터넷 카페·블로그를 통해 회원을 모은다. 카페 회원 등급은 가입비에 따라 보통 VVIP·VIP·일반·무료 등급으로 나뉜다. VVIP 회원은 1000만원 이상의 가입비를 내며, 주로 자문사 대표와 친밀한 관계이거나 함께 주가를 조종하는 일명 '전주(錢主)'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VIP 회원은 100만원 안팎, 일반 회원은 10만원 안팎의 가입비를 낸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큰돈을 버는 경우는 VVIP급 회원들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주가 조종에 이용만 당한다. VIP 회원들도 제한된 정보만 얻을 뿐 큰돈은 만지지 못한다.

◆회사 임직원·애널리스트를 사칭하면 일단 의심해봐야

작년 말 증시가 열리기 전 인터넷 카페와 메신저를 통해 ○○증권 애널리스트 이름을 사칭한 기업 인수·합병(M&A) 소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다. '사실무근'이라는 정정 뉴스가 나가기 전까지 10여분간 해당 주가는 상한가를 쳤다. 허위 정보를 유포한 B씨는 보유 주식을 고점에서 모두 팔아치워 엄청난 차익을 남겼으나 얼마 후 금융 당국에 적발됐다.

인터넷에서 '기업 전직 임원', '증권사 애널리스트', '기자', '모의 투자대회 입상자'라며 기밀인 양 흘리는 정보를 믿어선 안 된다. 특히 임직원, 애널리스트, 기자의 실명(實名)까지 공개하며 투자를 유인하는 경우는 더더욱 의심해 봐야 한다. 전문가 이름을 도용하는 주가 조작 세력들은 인터넷 카페와 함께 실시간 메신저를 이용해 빠른 시간 내에 주가를 띄웠다가 주식을 되팔아 빠지는 수법을 즐겨 사용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빠른 시간 내에 투자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식으로 투자자를 조급하게 만드는 경우라면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 안 된 정보는 꼼꼼히 따져야

불법·가짜 투자 자문업자들은 투자자를 유인할 때 대부분 공시가 안 된 거짓 정보를 활용한다. 모의 투자대회 1위 수상 경력의 고등학생까지 가담한 한 가짜 투자 자문업체는 작년 가을 '세계 최초 에이즈 백신 상용화'라는 루머를 퍼트려 주가를 끌어올린 뒤 미리 사둔 주식을 팔아 수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들은 이외에도 '제4이동통신 지분 참여', '자회사 증시 상장 예정', '해외에서 6억달러 규모 건설 수주', '유전 개발 성공' 등의 정보를 뿌려 주가를 조종했지만 전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거짓 정보를 인터넷 게시판에 띄운 후 자주 클릭해 조회 수를 높이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갑자기 조회 수가 높아지거나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정보는 일단 걸러내라고 조언했다. 또한 공시가 됐는지의 여부를 금감원 전자 공시 사이트(dart.fss.or.kr)에서 확인하든가 증권사 등에 문의해 보라고 당부했다.

◆불법거래 적발 시스템은 아직 미미

한국거래소는 불법 투자 자문을 적발하는 전담팀을 조만간 발족하고 여기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차후 컴퓨터 적발 시스템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불공정거래센터의 신고 포상 금액도 2월부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작년 말에 검찰·금감원·한국거래소 관계자들이 모여 협력체제를 강화하기로 의견도 모았다.

하지만 날로 지능화·대형화하는 불법·가짜 투자 자문 행위를 잡아내기엔 역부족이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적발된 투자 자문 불법 행위 건수가 21건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한국거래소가 준비하는 불법 투자 자문 적발팀도 인원이 10여명에 불과해 과연 방대한 불법 행위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윤모 금융투자협회 연구위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증권 감독 담당 직원만 4000명에 달하는데 우리는 그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인원을 늘릴 수 없다면 사후 처벌을 강화해 (불법 투자 자문) 행위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