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천일염, 한게임 누르고 '짭짤한 우승'

장장 9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최후 승자는 신안천일염이었다. 23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서 막을 내린 KB국민은행 2010 한국바둑리그 챔피언 결정전서 신안천일염은 정규리그 1위 팀 한게임을 3대2로 눌러 우승했다. 정규리그서 3위에 그쳤던 신안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포함, 포스트시즌 3연승으로 우승한 최초의 팀이 됐다.

신안천일염은 신안군 비금도 출신의 세계적 스타 이세돌을 겨냥해 2년 전 출범했던 바둑리그 사상 최초의 지자체(地自體)팀. 공교롭게 이세돌의 휴직 파동이 겹치면서 이세돌 없이 출발한 신안은 첫해 5위에 그쳤지만 2년째인 올해 이세돌을 주장으로 영입하면서 꿈을 이뤘다. 이세돌은 올해 정규리그서 13승(2패), 포스트시즌 3승 등 총 16승의 눈부신 전적을 올리며 대회 최우수 기사(MVP)에 뽑혔다.

폐막식 때 이세돌 九단은 "챔프 결정전 오더를 보고 팽팽하다고 느꼈으나 우승을 확신했다. 먼 곳까지 응원하러 찾아와 주신 고향 팬들에게 감사하며,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세돌의 친형이자 올해 출전 9개 팀 중 최연소 사령탑인 신안 이상훈(36) 감독은 "선수 모두가 자랑스럽고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폐막식장엔 박우량 군수 등 신안군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반면 챔프 결정전 직행으로 6년 만의 패권 탈환이 유력했던 한게임은 마지막 고비에 막혀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정규 1위 팀이 우승에 실패한 것은 2008년 신성건설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당시엔 2위 팀 영남일보가 정상에 올랐다. 한게임 차민수 감독은 "이세돌의 5장 출전 오더를 예상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내년엔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국 전 양팀 감독 모두 1국(이영구-안국현전)을 승부 판으로 지목했으나 우승은 이 판을 패한 신안천일염에 돌아갔다. 정작 승부를 가린 대국은 2대2 상황에서 마지막에 결과가 나온 김주호―이호범전. 신안의 4지명자 이호범(19)은 하중앙 전투에서 승기를 잡은 뒤 야무지게 밀어붙여 흑 불계승, 천금 같은 1승을 따냈다.

챔프 결정전답게 시종 팽팽한 접전이었다. 신안 이춘규가 안형준을 눌러 기선을 제압하자 한게임 이영구가 안국현에게 재역전승,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신안 이세돌이 한게임 진시영을 여유 있게 따돌리는 동안 한게임 강동윤도 신안 한상훈과의 장고(長考) 대결을 2집 반 차로 장식하며 따라붙었다.

우승팀 신안천일염은 2억5000만원, 준우승한 한게임은 1억원의 단체 상금을 받았다. MVP 외의 개인상은 진시영(신인), 최철한(대마·하이트진로)에게 각각 돌아갔다. 영남일보 강유택은 정규 시즌 13승(3패)으로 이세돌과 다승상을 공동 수상했다.

챔프 결정전이 벌어진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최악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의 바둑팬들이 몰려 공개 해설을 들으며 열광했다. 프로기사 지도기, 오목게임, 바둑리그 토토 경품 추첨 등의 이벤트도 호평을 받았다. 2011 바둑리그는 오는 4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