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同甲 라이벌

〈제1보〉(1~13)=내로라하는 각국 스타 32명으로 출발한 올해 LG배도 어느덧 28명의 이름이 대진표에서 지워졌다. 준결승 대국자 좌석 4개를 채운 것은 모두 중국 기사들뿐, 아무리 둘러봐도 한국 기사는 없다. 이제 중국을 위한 잔치 마무리만 남은 셈이다. "이런 해도 있는 거지, 뭐" 한국 관계자끼리 농담을 주고받는다. 말투는 짐짓 쾌활한데 표정은 쓸쓸하다.

쿵제(孔杰) 대 후야오위(胡耀宇). 중국판 '동갑 라이벌'로 유명한 둘이 마주 앉았다. 돌을 가리니 쿵제의 흑번. 대국이 시작되자마자 둘은 마치 복기(復棋)라도 하듯 주르륵 돌을 늘어놓는다. 속기(速棋)는 자신감의 표출이자 기세로 상대를 압도하려는 전술로도 애용된다. 그러나 7과 8로 견실한 구(口)자 행마를 주고받은 데서 쌍방 모두 상대를 의식해 힘을 비축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8은 특히 재미있는 취향. 상식대로 참고도 1로 벌렸으면 12까지 실리 대 세력의 구도가 펼쳐졌을 것이다. 이제 와선 흑9와 백10의 벌림 모두 당연한 선택. 마치 흉내바둑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12로 좌하귀를 봉쇄한 순간 즉각 13으로 갈라쳐 왔다. 백의 다음 수는 '가'~'다' 3곳 중 어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