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바둑 藝術論

〈제2보〉(14~24)=쿵제(孔杰)는 과연 세계바둑 최고수인가. 프로세계에서의 우열은 실적(實績)으로 정해진다는 점에서 일단 "그렇다"가 정답으로 보인다. 쿵제는 LG배, 후지쓰배, TV아시아선수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 현역 3관왕이다. 반면 최정상권 경쟁자들인 이세돌·구리(古力)·최철한 등은 각 1개씩뿐이다. 이창호는 6년째 세계 무관(無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쿵제를 완벽하게 넘어서는 날 한국바둑의 영광도 재현될 것이다.

14는 '가' 쪽에서 육박할 수도 있었다. 23에 걸쳐가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다. 다음 흑 '나', 백 '다', 흑15, 백 '라', 흑 '마', 백 '바' 정도가 예상된다. 완벽한 정답이 없다는 것이 포석의 매력이다. 이 점은 종종 '바둑 예술론'의 근거로 애용된다. 아무튼 18까지도 한 폭의 그림 같은 진행.

20과 22가 최초의 의문수였다. 발이 너무 느리다는 것. 20으로는 참고도가 훨씬 매서운 공격이었다. 쿵제는 "한 수 보강하라"는 상대의 위협을 외면하고 23에 지킨다. 9분을 고민하던 후야오위, 24로 씌워 우렁찬 공격 나팔을 불며 좌변 토벌에 나섰다. 하지만 24보다 더 따끔한 공격 수단은 혹시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