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은 과연 무엇을 노리고 '원숭이 골세리머니'를 했을까. 25일밤(한국시각) 일본과의 아시안컵 4강전에서 기성용은 전반 23분 박지성이 얻은 페널티킥을 넣은 뒤 TV 카메라 앞에서 원숭이 골 세리머니를 했다. 아예 작정을 한 듯 했다. 골을 넣자마자 인중을 삐죽 내밀며 달리기 시작했다. 기성용도 "미리 준비한 골세리머니였다.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고만 짧게 말했다. 하지만 일본인을 원숭이에 비유했다는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다. 여러 의견이 혼재하지만 비판여론이 대세다. 기성용은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트위터에 26일 오전 '변명이라..선수이기전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는 짧은 글만 올려놓았다.
당사자가 입을 다문 상태에서 제각각 이유를 들어 옹호와 비난 주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성용이 지난해 셀틱에서 당한 원숭이 소리 야유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 '그래, 이렇게 내가 원숭이면 어떠냐는 속내를 드러낸 골 세리머니'라는 일부팬들의 주장은 오히려 아전인수라며 역풍을 맞고 있다. 기성용이 경기후 트위터에 올린 '정말 고맙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 내가슴속에 영웅들입니다.관중석에 있는 욱일승천기를 보는 내가슴은 눈물만 났다'는 글을 언급하며 '일본팬들이 먼저 욱일승천기(일제를 떠올리게 하는 일본의 옛 국기. 약간 변형시켜 일본의 자위대가 군기로 쓰고 있다)를 내걸었기 때문에 도발은 일본이 먼저 한 것'이라는 일부 한국팬들의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문맥으로 볼때 경기를 마친 뒤의 소감일 가능성이 높다. 유럽에서의 인종차별 경험과 일본과의 과거 역사 등등 많은 것이 뒤엉켜 있지만 한국팬 중 상당수는 불필요하는 세리머니였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25일과 26일 오전까지 이에 대한 보도를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의 아시안컵 결승행과 경기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온라인 상에서 일본팬들은 적잖이 당황해하며 불쾌해 하고 있다. 일본 야후 등 포털사이트와 개인블로그를 중심으로 '기성용 원숭이세리머니'에 대한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
'원숭이 얼굴로 일본을 바보취급했다.', '기성용은 일본인을 원숭이로 매도했다.', '어이가 없다. 축구 경기중에 이래도 되나?'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한 일본 네티즌은 '한국인 원숭이'라며 보복성 캐리커처를 올리기도 했다. 26일 새벽부터 온라인 게시판을 중심으로 수백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중에는 지난해 기성용이 유럽에서 당한 인종차별 기사 번역물, '한국 네티즌도 기성용의 행위를 불편해 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도 포함 돼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