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아리아를 부른 박영필(32)씨는 2005년까지는 일반인들처럼 회사에 다녔다. 그러나 신경계통 병 때문에 뇌수술을 한 이후 눈이 멀고 말았다.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이후 한빛맹학교 음악전공과에 입학했다. 박씨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듣기 어려운 소리까지 듣는 친구들이 있어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시력을 잃은 뒤로) 음악이 내 생활에 즐거움을 주었다"며 "예술단에서 음악을 계속하면서 관객과 음의 세계를 공유하고 싶어 오디션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플루트를 연주한 이연진(21)씨는 "9세 때 시작한 플루트를 계속 연주하고 싶어 오디션까지 보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장애인 채용제도가 있지만 대부분 경증 장애인만 취직이 된다"며 "현실적으로 시각장애인은 직업 갖기가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한빛예술단은 사회복지법인 한빛재단이 2003년 만든 관악합주단 '한빛브라스앙상블'을 확대·개편하면서 2006년 창설됐다. 한빛재단은 시각장애인의 생계수단이 안마사에 치중된 현실을 안타까워하다가 그들의 음악적 재능에 주목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의 뜻도 겸해 예술단을 만들었다. 한빛예술단은 지난해 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도 인증받았다.
이날 공개 오디션은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가 후원했다.
25일 25명이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한빛예술단 김양수(45) 이사장은 "올해 많은 분이 참가해 경쟁이 치열했다"면서 "예술단에서 현악이 다소 약했는데 이번에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뽑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